
정부가 항공안전 체계 전반을 손본다. 지난해 여객기 사고 이후 반복돼 온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비시간과 공항시설 기준부터 감독 체계까지 전면 개편에 들어간다. 정비기준은 강화하고 사망사고 발생 항공사에는 운수권 배제를 적용한다.
30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항공안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항공안전혁신위원회가 두 달 넘게 전문가 회의를 거쳐 마련한 이번 방안은 항공사 중심이던 기존 대책들과 달리 공항시설과 정부 감독역량까지 아우른다.
우선 정비기준이 크게 바뀐다. 현장 실측 결과를 토대로 항공기 정비시간을 최대 28% 연장하고 그동안 형식적으로 반영되던 정비인력 기준도 손본다. 2년차까지 포함되던 산출 기준은 3년 이상 경력자 중심으로 개편되며 확인정비사에 대한 기량 점검 체계도 함께 마련된다.
정비 역량에 대한 관리 방식도 달라진다. 항공기 보유 수가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정부는 처음 운항증명을 발급할 때와 동일한 수준으로 안전체계를 다시 평가한다. 단순 문서 검토가 아니라 인력과 장비, 운영 준비 상태까지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다.
고가동 항공사에 대한 실태 점검도 강화된다. 단순히 결함이나 지연 건수를 집계하는 수준을 넘어 민관이 함께 현장 정비 실태를 검증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공항운영증명에도 정기 재심사 개념이 들어간다. 지금까지는 중간 변경사항에 한해 제한적으로 확인했지만 앞으로는 5년마다 원점에서 전면 검토한다. 구조물 계측시스템이나 디지털트윈 기반 유지관리 체계도 구축된다.
공항안전 기준도 새로 설정된다. 전국 공항 방위각 시설은 부러지기 쉬운 경량 철골구조로 교체되며 종단안전구역은 240m 이상 확보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부지 확장이 어려운 공항은 활주로 이탈방지장치(EMAS) 설치로 대체한다. 이와 관련된 사업비는 추경에 2547억원 규모로 반영돼 있다.
사고 대응 체계 역시 달라진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항공사는 즉시 운수권 배분 대상에서 배제된다. 항공사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나면 제재는 철회되지만 사고 발생 자체에 따라 일정 기간 페널티가 적용된다. 평가 기준은 세부 논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의 감독기능도 손본다. 항공안전감독관을 단계적으로 증원하고 관제사 자격체계는 통합 관리로 일원화한다. 모의 관제장비를 도입해 비정상 상황 대응 훈련도 병행한다. 공항 인근 공역과 장애물 관리 기준도 함께 개편된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위험 예측 체계도 추진된다. 인공지능(AI) 기반 위험지도(K-항공안전 위험지도)를 공항·항로별로 제작하고, '항공안전 AI 로드맵'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조종사·관제사 교신을 AI가 실시간 분석해 오류 가능성을 사전 감지하는 기능도 적용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항공안전 혁신 방안에 반영된 여러 개선 과제들을 빠른 시일 내 제도화하고 시행해 항공 안전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겠다”면서 “'항공안전 혁신 방안'의 이행 뿐만 아니라 공항·항공사 특별안전점검 등 안전감독을 면밀히 추진해나가고 향후 사고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추가 보완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