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증권에 대한 업계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연초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이어 장외 조각투자 유통플랫폼 예비인가, 금융당국의 협의체 발족까지 이어지며 '토큰증권 제도화'는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규제샌드박스라는 제한된 실험 시장을 넘어 제도권 시장으로 편입되는 전환점인 셈이다.
그동안 토큰 증권은 혁신금융서비스 형태로 제한적으로 발행·유통돼 왔지만, 성장 속도는 빠르다. 2026년 4월 기준 누적 발행 규모는 약 1.3조~1.5조원,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50% 수준이다. 기초자산 역시 비금전신탁 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으로 제한된 상황에서도 음원, 미술품, 부동산, 한우, 항공기 엔진 등으로 빠르게 확장됐다. 토큰증권이 온체인 기반에서 자산유동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시장에 형성된 이유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현재 시장은 제도화 초기 단계에서 구조적 한계를 그대로 안고 있다. 발행은 가능하지만, 시장은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어떤 문제점들이 있나.
첫째, 발행까지 가는 비용과 시간이 과도하다. 토큰 증권은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이나 투자계약증권 구조로 발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공모 형태가 되면 증권신고서 제출과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하지만, 부동산, 미술품, 매출채권 등 비정형 자산은 전통적 증권과 달리 표준화된 공시로 설명하기 어렵다. 결국 자산 평가, 수익배분 구조, 처분 절차를 건별로 설계해야 하고, 발행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투자 한도 규제가 시장 형성을 제약한다. 예를 들어 5억원 규모의 조각투자 상품에 개인 투자 한도가 200만원으로 묶이면, 250명 이상의 투자자를 모집해야 한다. 사실상 공모 외에는 선택지가 없고, 수요와 공급을 반영한 유연한 발행이 어렵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지만, 초기 시장에서는 오히려 거래 형성을 막는 요인이 된다.
셋째, 유통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미술품 조각 투자처럼 수익이 간헐적이거나 장기적으로 실현되는 구조에서는 투자자가 단기간에 매도할 유인이 크지 않다. 보유 금액이 100만~200만원 수준이라면 더 그렇다. 거래가 체결되지 않으면 가격도 형성되지 않고, 자산은 사실상 비유동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유통이 막히면 발행도 결국 위축될 수밖에 없다.
넷째, 투자계약증권의 '보충성' 규정도 시장 확장을 제약한다. 투자계약증권은 다른 증권으로 발행이 어려운 경우에만 허용되는데, 이 기준이 불명확하다. 이 때문에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신탁 수익증권 구조를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 결과적으로 상품 설계의 유연성이 제한되고, 비용과 시간은 더 증가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발행, 투자, 유통 전 단계에서 규제 설계를 시장 구조에 맞게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우선 발행 단계에서는 비정형 자산에 맞는 공시 체계의 간소화와 표준화가 필요하다. 간이 증권신고서 도입, 소액·다품종 발행에 대한 공모 특례 확대, 반복 발행에 대한 패스트트랙을 통해 발행 비용과 시간을 줄여야 한다. 이는 단순한 효율성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자산이 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전제 조건이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투자 규제는 획일적 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산의 위험도, 공시 수준, 유통 가능성을 기준으로 투자 한도를 차등 적용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한 투자자에 대해서는 단계적 완화가 필요하다. 투자 제한이 아니라 정보와 기준을 중심으로 보호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핵심은 유통이다. 유통시장이 작동하지 않으면 발행시장도 성장할 수 없다. 장외 유통플랫폼의 인가 기준을 명확히 하고, 복수 플랫폼 간 상품 연계와 공동 유통을 허용해 거래 풀을 키워야 한다. 여기에 시장조성(Market-making) 기능 도입, 발행 시 일정 물량의 유통 확보 의무화 등을 통해 초기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투자계약증권의 보충성 규정은 사전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되는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요건 충족 시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보충성은 유지하되, 해석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현실적이다.
토큰증권 제도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 지난 3~4년간 실험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시장 구축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도 속도지만, 방향이 핵심이다. 발행 중심이 아니라 유통까지 작동하는 시장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적극적 민관협력을 기반으로 친(親)시장적 규제를 설계해야 한다. 토큰 증권 제도의 성공적 구축을 기대한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3 hours ago
3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