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이란 공습의 명분은 '핵 위협 제거'와 '이란 군사력 무력화'였지만, 실제로는 정치적·전략적·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정치적 차원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엡스타인 파일·대법원의 관세 무효화 판결 등 악재를 돌파하기 위해 외교·안보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1기 집권 시 반복된 패턴과 유사하다. 그러나 기대됐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결속은 나타나지 않았다. 핵심 보수 미디어 인사인 터커 칼슨, 스티브 배넌 등이 전쟁을 정면 비판하며 트럼프와 충돌했기 때문이다.
전략적 판단의 배경에는 이스라엘이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개전 직후 "이스라엘의 선제 행동이 미군에 대한 공격을 촉발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미국이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맞춰 핵 제거와 이란 정권 교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견제 논리도 일부 제기된다. 이란 원유의 상당량이 중국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이란 압박이 간접적으로 에너지 공급망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유가 급등으로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오히려 이란·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란전이 치밀하게 설계된 전략이라기보다 베네수엘라 작전 성공 이후 높아진 자신감, 이스라엘 변수, 국내 정치적 필요가 뒤섞인 결과라고 보고 있다. 명확한 출구전략 없이 시작된 전쟁은 당초의 계산과 달리 장기화되면서 목표와 수단이 엇나가는 양상이다.
이란 전쟁은 단순히 국제사회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국 국내 정치 관점에서 보면 이란 전쟁은 유권자와 공화당 내부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갈등을 넘어 미국의 대외 안보 전략 재편은 물론 공화당 차기 대선 주자 구도와 오는 11월 의회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이란 전쟁은 단순한 개입과 비개입의 선택을 넘어 트럼프 이후 미국 보수의 방향을 결정짓는 권력 투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외교·안보 정책은 개입주의(Interventionism)를 기반으로, 매파적 성향의 네오콘(Neoconservative) 노선이 큰 축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이 같은 접근에 대한 회의가 확산됐고, 고립주의(Isolationism)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 새로운 흐름이 등장했다. 이는 현재 MAGA 진영의 핵심 외교 기조로 자리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표면적으로는 이러한 고립주의적 정서에 기반하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의 고립주의자로 보기는 어렵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실행하지 않았고, 관세 정책 역시 경제적 수단을 통한 일종의 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다. 베네수엘라 작전과 이란 전쟁 또한 고립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문제는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MAGA가 고립주의적 노선을 선호하는 반면, 트럼프 본인은 개입주의와 비개입주의 사이에서 일관된 전략 논리보다는 상황별로 유리한 선택을 추구하는 외교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AGA 진영에 대한 트럼프의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기 때문에 이번 이란 전쟁은 이러한 모호한 노선을 둘러싸고 공화당과 MAGA 내부에서 '미국 우선' 외교·안보 전략의 방향을 재정의하려는 논쟁에 불을 붙였다. 개입주의와 고립주의의 대립 구도는 공화당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두 인물의 외교·안보 접근 방식을 상징한다. 자연히 두 사람의 후계 구도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의 배경에는 루비오 장관의 영향력이 컸다. 그가 상원의원 시절부터 마두로 축출을 숙원 사업으로 여겼다는 것은 워싱턴 외교가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루비오의 외교 노선은 가족사에서 비롯된다. 카스트로의 쿠바를 피해 망명한 부모 밑에서 자란 그는 독재에 맞선 힘의 외교를 체화했고, 마이애미의 중남미·중동 망명자 커뮤니티와 연결된 강경 외교 노선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았다. 상원 외교위원회와 정보위원회 활동을 통해 쌓은 네오콘 인맥과 경험은 이번 이란전에서 그가 행정부 내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낸 배경으로 꼽힌다. 이란전의 얼굴로도 불리는 루비오는 단순한 국무장관을 넘어 트럼프 이전 공화당 외교 노선의 복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풀뿌리 MAGA를 대표하는 J D 밴스 부통령에 비해 루비오 장관은 기존 워싱턴 엘리트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하다. MAGA가 주류가 된 공화당에서 루비오의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반면 밴스의 반개입주의는 계층적 경험에서 비롯됐다. 오하이오 러스트벨트 지역 출신인 그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기간 동안 지역에서 다수의 병력이 파견되고, 귀환 이후 탈산업화와 오피오이드 위기가 심화되는 과정을 목격하면서 외교·안보 기득권에 대한 회의가 깊어졌다. 해병대 복무와 예일대 로스쿨, 실리콘밸리를 거치며 이러한 인식은 더욱 강화됐다. 이란 측에서도 밴스를 비개입 성향 인물로 보고 트럼프를 대신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현재 밴스는 MAGA의 정치적 후계자이자 동시에 행정부 핵심 인사라는 이중 역할 속에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반개입주의를 선호하는 지지층과 전쟁을 수행하는 행정부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 경우 정치적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루비오와 밴스 중 누가 더 적합한지를 묻는 개인적 설문을 해왔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2월 28일 이란 공습 개시 당일 마러라고에서 열린 주요 후원자 만찬 자리에서도 이러한 질문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일 루비오는 마러라고에서 트럼프와 함께 있었지만, 밴스는 워싱턴 상황실에 따로 있었던 장면이 공개되면서 트럼프가 루비오를 더 신뢰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밴스 측은 대통령과 부통령이 같은 장소에 있지 않도록 하는 프로토콜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공습 직후 첫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루비오를 높이 평가하면서 밴스에 대해서는 "철학적으로 약간 다르다"고 언급했다.
MAGA 내부에서는 터커 칼슨과 스티브 배넌이 루비오를 겨냥한 비판에 나섰다. 칼슨은 이란전을 "네오콘의 전쟁"으로 규정하며 공화당 내 개입주의 세력 전체를 겨냥했고, 배넌은 "이란 전쟁이 MAGA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MAGA는 그 둘만이 아니다"고 반박하며, 전선은 루비오 대 반전파를 넘어 트럼프 대 칼슨의 정면충돌로 확장됐다.
칼시·폴리마켓 등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에서 차기 대선 후보 확률을 보면 이란 전쟁 개전 후 밴스는 10%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루비오는 10%포인트 이상의 상승세를 보였다. 많은 설문조사에서 밴스가 여전히 공화당 차기 대통령 후보 선호도에서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전쟁의 결과에 따라 이번 사안을 둘러싼 공화당 내부의 태도는 향후 외교·안보 정책 방향뿐 아니라 트럼프의 후계 구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안보 결집'을 위해 이란과의 전쟁을 시도할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의 정치적 인식 속에는 '전쟁=안보 결집'이라는 프레임이 자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정치적 성과를 창출하고, 중간선거 판세를 전환하기 위해 이란 공습을 선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참패는 트럼프 조기 레임덕을 야기할 수 있다.
전쟁 초기 공화당 유권자 다수는 이란 공습 자체에는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단기전으로 마무리될 경우 중동 내 안보 위협 제거라는 성과를 얻고 트럼프는 미국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이란 문제를 해결한 업적을 이룬 대통령이 되는 구도였다.
그러나 이란이 쉽게 물러서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상승과 전쟁 비용 증가 등이 부각되면서 전쟁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의문도 커졌다. 전쟁을 이어가기 위한 전쟁 예산은 의회의 승인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 연일 백악관이 내놓는 메시지도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국내 여론 변화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전쟁을 조기에 마무리하면서도 정치적 명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관된 전략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전쟁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려는 입법 움직임에 결집하고 있다. 일부 공화당 내 고립주의 성향 의원들도 이에 동조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쟁은 민주당에는 공화당을 비판할 명분을 제공하고, 공화당 내부에서는 MAGA 성향 의원들의 목소리를 키우며 분열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분열은 공화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역전의 한 수'가 오히려 '역린'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송원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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