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 25곳에 대한 종합 평가 결과, 최고점인 S등급을 받은 기관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공지능(AI) 전환이 국가적 핵심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관련 정책 연구를 전담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유일하게 최하위인 D등급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평가는 이재명 대통령이 출연연에 대한 통폐합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에 처음 나온 결과다. 이 때문에 향후 관련 논의 향방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가 실시한 ‘2025년 연구기관 평가 결과’에 따르면 S, A~D 5개 등급 중 두 번째로 높은 A등급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한국교통연구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국토연구원·한국법제연구원 5개 기관이 이름을 올렸다. 또 최하점인 D등급에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1개 기관만 자리했다.
NRC 평가단은 올해 1~4월 이번 평가를 진행한 뒤 그 결과를 국무총리실과 재정경제부에 제출했다. 중간인 B등급에는 국책연구기관 맏형 격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해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통일연구원 등 12개 기관이 선정됐다. 하위 평가에 속하는 C등급은 산업연구원·한국교육개발원·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 7개 기관이 받았다.
세부 항목별로 살펴보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연구·경영 전반에 걸쳐 낙제점을 받았다. 특히 AI 전환에 필요한 국가 차원의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과 정책 지원안 도출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NRC 평가단은 “기술주권·반도체·기업 전환·규제·노동을 관통하는 중장기 산업 경쟁력 강화 통합 로드맵 제시가 미흡하다”며 “AI 개발, 연구·교육, 산업을 담당하는 정부 조직 구성 개편에 맞춰 정책 수립에 기여하는 방안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무조정실 감사 결과 정보 보안이 ‘미흡’ 평가를 받은 점과 이직률 감소를 위해 전반적인 조직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반면 A등급을 받은 한국교통연구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우수 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민생경제 부담 완화를 위한 도로 통행요금 체계 개선 실적을 비롯해 스마트모빌리티·도로·철도·항공 등 교통 전 분야에서 정책 수립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정부 출범에 맞춰 보건의료·돌봄·인구 및 사회보장정책 연구 방향을 신속히 수립하고 조직 개편으로 운영 효율성을 높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연구 분야 우수 기관으로는 국토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선정됐다.
한편 국책연은 이번 평가에 따라 올해 연구기관별 경상비 인센티브와 기관장 성과급이 확정된다. B등급 이상을 받은 기관만 인센티브를 지급받으며, 연구기관장 성과급은 B등급 3700만원을 기준으로 상하 등급별 750만원씩 차등 적용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출연연 업무보고에서 “굳이 분리해 독립 조직으로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나 싶은 조직이 있어 보인다”면서 “국민적 시각에서 보면 꼭 독립기관으로 나눠서 관리해야 하느냐. (출연연 개편을) 연구해 봐야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부 출연연의 인력 구조를 두고 비연구 인력 비율이 필요 이상으로 높다는 점을 들어 조직 운영의 비효율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당장의 조직 통폐합보다는 우선 임무 중심 재편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출연연의 역할 조정과 조직 효율화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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