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제이알글로벌리츠와 중앙그룹의 잇따른 회생 신청으로 비우량채 시장의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제이알 사태가 하이일드 시장의 가장 취약한 고리를 흔든 직후 중앙그룹의 연 디폴트(채무불이행) 충격까지 겹치면서 벼랑 끝에 몰린 BBB급 기업들의 자금줄이 사실상 말라붙은 모습이다. 연이은 대형 악재가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단순한 투자 기피 현상을 넘어 개별 크레디트 우려를 시장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트리거(촉매제)'로 작용하면서 하반기 전체 회사채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본드웹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BBB-' 등급 회사채 3년물 유통 금리는 연 10.170%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9.292%) 대비 87.8bp(1bp=0.01%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특히 제이알글로벌리츠 회생 신청 다음날인 지난 4월 28일 이후에만 18.9bp가 추가로 오르는 등 굵직한 크레디트 악재가 터질 때마다 금리 발작이 심해지는 흐름이다. 같은 기간 'BBB+'와 'BBB0' 등급 금리마저 각각 연 7.435%, 8.794%까지 치솟으며 BBB급 전 구간에 걸쳐 조달 비용 부담이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우량채와 비우량채 간 금리 격차를 나타내는 신용스프레드(국고채 3년물 대비) 또한 BBB- 기준 642bp까지 벌어졌다. BBB+와 BBB0 등급 스프레드도 각각 398bp, 505bp에 달해 위험 회피 심리가 비우량채 전반을 옥죄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이알 충격 여전한데 중앙그룹까지 '설상가상'
크레디트 업계에서는 지난 4월 발생한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가 비우량급 시장의 가장 취약한 고리를 건드렸고, 이것이 결국 6월 중앙그룹의 연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사태로 이어지며 도미노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4월 27일 400억원 규모의 사채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 타워의 자산가치 급락으로 담보인정비율(LTV) 약정을 위반했고, 임대료 수익이 채무 상환에 우선 귀속되는 자금동결(캐시트랩)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우량 시장의 체력이 급격히 저하된 상황에서 지난 12일 JTBC의 유동화 차입금 상환 불이행(디폴트)이 발생했다. 이어 14일 최대주주인 중앙홀딩스를 비롯해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가 회생신청을 냈고, 15일 JTBC까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면서 계열 전반의 유동성 위험이 한꺼번에 현실화됐다.
개별 부실이 시장 전체 뇌관으로
시장에서는 이같은 크레디트 충격이 비우량채 전반에 대한 기피 현상으로 번지면서,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 부실이 회사채 시장 전반의 경계감을 끌어올리는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중앙그룹 사태는 수년 전 미국 플랫폼 기업 인수에 수천억 원을 쏟아부었던 것이 단기간에 고정이하여신으로 전락하면서 정상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에 이른 것"이라며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 문제가 취약한 시장 환경과 맞물리며 비우량채 전반의 투자 심리를 급격히 냉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우량급으로 불똥이 튀진 않더라도 하반기 회사채 시장 전체에 짙은 먹구름이 끼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번 중앙그룹 사태로 당분간 BBB급에 한정해 투심이 얼어붙겠지만, 이것이 우량급 시장으로 번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연이은 크레디트 이슈가 시장에 부정적 신호로 읽히는 가운데, 금리 인상 기조와 주식 시장 활황에 따른 머니 무브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회사채 시장 전체에 상당한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행사·투자자 모두 등 돌린 시장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금리 수준이 좀처럼 내려오지 않으면서 높은 조달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회사채 발행 자체가 부담인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3.00%까지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비우량 기업들이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금리를 내걸고 있지만 기업 기초 체력 저하 등 짙어진 위험을 감안하면 금리 매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주식 등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이 버젓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비우량채를 담을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발행사는 비용 부담에 주저하고, 투자자는 높아진 리스크 탓에 지갑을 닫으면서 시장 전반의 수급 미스매치가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는 한 하반기 크레디트 시장의 한파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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