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눈물의 가격 인상…전쟁 쇼크에 '비명' 터졌다

1 week ago 12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원가가 치솟자 세계 기업들이 고심에 빠졌다. 물건값을 올리지 않으면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한 가운데 소비자의 소비 여력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전쟁 전부터 유럽과 중국 경기 둔화, 반도체 가격 급등 등으로 고전해온 많은 기업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중산층마저 지갑을 닫을 정도로 소비 심리가 악화해 기업들은 가격 인상 최소화와 극한의 비용 절감을 통한 ‘버티기’에 들어갔다.

◇ 치솟는 원가로 고통받는데

6일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쟁 이후 글로벌 기업의 원가를 좌우하는 원유 및 포장지 등의 가격이 급등했다.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가격은 중동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27일 배럴당 72달러에서 5일 기준 115달러로 59.7% 급등했다. 제품 포장에 활용하는 폴리에틸렌 가격은 2월 말 이후 50% 이상 올랐다.

"죄송합니다" 눈물의 가격 인상…전쟁 쇼크에 '비명' 터졌다

이는 운송비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항공 화물 운임은 같은 기간 95% 상승했다. 트럭이 주요 운송 수단인 미국에서 디젤 가격은 2월 말 대비 40% 이상 오르며 갤런당 평균 5달러를 넘어섰다. 음식료 업체는 운송비가 원가의 7~8%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화장품 그룹 키코 최고경영자(CEO)인 시몬 도미니치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증가와 배송 지연이 겹쳐 경영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 소비 시장은 얼어붙어

하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에 소비 시장이 얼어붙으며 판매가에 비용을 전가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소비자의 미국 경기 전망을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 3월 확정치는 53.3으로, 2월 확정치(56.6) 대비 3.3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치다.

유럽연합(EU) 소비자의 소비 심리를 나타내는 유로존소비자신뢰지수도 2월 -12.2에서 지난달 -16.3으로 4.1포인트 낮아졌다. 유로존소비자신뢰지수는 0을 기준으로 하며 ‘마이너스’는 소비 심리가 장기 평균보다 안 좋다는 의미다.

최근엔 생활비 압박이 미국 중산층으로 확산하고 있다. 회당 70달러를 받기 위해 헌혈에 나선 중산층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텍사즈주 휴스턴 교외 웹스터 지역에 개소한 혈장센터 두 곳에 관한 르포 기사에서 “집을 사려는 30대 정보기술(IT) 직원과 치솟는 의료비를 보태려는 초등학교 6학년 특수교사, 아이 보육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간호사 등 다양한 중산층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와 콜로라도대 연구진에 따르면 과거 저소득 지역에 밀집한 혈장 센터는 최근 중산층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문을 열고 있다.

◇ 비용 절감 통한 버티기

일부 기업은 소비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가격 인상에 나섰다.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반도체 가격 급등에 최근 운송 비용 상승까지 겹친 스마트폰산업이 대표적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지난해 7월 출시한 갤럭시 폴드7 1테라바이트(TB) 모델 가격을 기존 293만3700원에서 312만7300원으로 6.6%(19만3600원) 올렸다. 중국 대표 스마트폰업체 샤오미도 11일부터 주요 스마트폰 모델 3종 가격을 200위안씩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가격을 섣불리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제품값을 함부로 올렸다가 소비자 인식이 나빠질 수 있어서다. 표백제 제조 업체 클로록스는 비용 절감에 우선 나서기로 했다. 포장지 크기를 줄여 원가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건비 절감도 많은 기업의 선택지에 포함됐다. 생필품 전문 유니레버는 3개월간 글로벌 채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유니레버는 임직원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한 달째 이어지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중대한 어려움’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앤드루 라자르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경영진은 ‘생존’을 위해 가격을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황정수/한명현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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