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금융당국이 주가조작 합동대응단을 만든 건 매우 잘한 일입니다. 대통령이 방향을 잘 잡았다고 봅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지난 2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당국이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운영하기로 한 것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달 초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와 함께 모여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심리→조사→제재’까지의 각 단계가 각 기관에 나뉘어 처리되면서 긴급·중요사건에 대한 대응이 지연된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관계기관을 한 데 모아 이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김 교수는 “지금 증권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공정거래 행위는 옛날처럼 단순한 주가 조작 수준에서 벗어나 굉장히 조직적이고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진다”면서 “그러니 탐지가 잘되지 않았고 수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입었다. 불공정거래 행위자는 신상 공개까지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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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서울대 교수. (사진=이영훈 기자) |
당국은 불공정거래 탐지 역량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고, 불공정거래·불법공매도·허위공시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철저히 적용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또 상장폐지 심사를 3심제에서 2심제로 축소하는 등 절차도 효율화해 부실기업이 적시에 퇴출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당국이 불공정거래에 칼을 빼든 건 ‘코스피 5000 시대’를 향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과열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증시를 부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주주 환원 정책을 비롯해 주가조작 근절 등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상태다. 김 교수는 코스피 5000 달성 가능성에 대해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를 중시하는 정책을 펼친다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정책적 뒷받침과는 별개로 상장사들이 자구적인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 생각이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며 “벌어둔 돈을 계속 쌓아만 두면서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선진국임에도 ROE가 높다. 모아둔 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상장을 하면서 선순환이 돼 자본시장이 돌아간다”면서 “우리나라는 한 번 상장하면 리턴도 하지 않고 계속 돈을 쌓아만 두며 부동산에 투자하니 경제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 전반적으로 기업가 정신이 부족한 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코스피 평균 ROE는 10% 안팎이며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의 ROE는 20% 내외로 약 두 배 차이가 난다.
그는 이어 “상장은 거룩한 의사 결정”이라며 “여러 명의 동업자를 만드는 게 상장이라는 의사 결정이다. 상장하는 순간 ‘이 회사는 나만의 소유가 아니다’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