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증시가 급등락하자 시장에서는 그동안 상승세가 일부 업종과 종목에 지나치게 쏠린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강세장에서 소수 주도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현상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그렇다면 지금의 AI·반도체 쏠림은 정말 증시 하락을 예고한 위험 신호일까. 최근 증시 조정의 원인과 앞으로 시장을 이끌 주도주의 향방을 조홍래 쿼터백자산운용 대표에게 들어봤다.
“이번 하락은 반도체에 너무 쏠렸기 때문입니다.” 최근 시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해석이다. 시장이 흔들리면 사람들은 언제나 원인을 찾는다. 이번에는 소수 업종 및 기업을 중심으로 그동안 상승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소위 ‘쏠림’이 가장 많이 지목되고 있다.
시장이 흔들릴 때 투자자들은 복잡한 원인을 하나의 설명으로 단순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쏠림’이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실제 시장은 하나의 변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시스템이며, 우리의 통념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국뿐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도 급격한 조정이 발생하자 일각에서 특정 업종, 일부 주도 기업으로의 쏠림이 결국 급락의 전조였다, 취약한 시장의 특징을 대변했다, 상승의 질이 좋지 않았다 등 ‘쏠림’이 현재의 조정을 만든 원인이라는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AI 밸류체인, 그리고 특정 주도주를 중심으로 한 소위 ‘쏠림 현상’을 하락장의 근본적인 원인이자 부정적인 전조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까?
쏠림은 과거에도 관측할 수 있었던 강세장의 정상적인 패턴
시장 회의론자들은 단일 변수의 움직임을 시장 문제로 단정 짓는 경향이 있으나, 실제 시장은 상당히 복잡하며 우리의 직관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이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현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현상을 만들어 내는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다. 단순히 특정 업종, 특정 종목에 상승세가 집중되었다고 부정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미국 시장의 예시를 통해 확인해보자.
최근 급락 이전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동안 50일 및 200일 이동평균선을 상회하는 종목의 비중은 60% 미만에 불과했다. 즉, 다시 말하자면 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계속 기록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상당수의 종목이 상승에 동참하지 못한 채 막상 일부 종목에 집중된 상승 흐름이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미국 증시 역사에서 현재와 유사했던 시기는 언제였을까?
1996년 이후 현재와 유사하게 쏠림이 강화되었던 기간은 나스닥 버블 형성기로 널리 알려진 1998년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을 과거 IT 버블 당시를 교훈 삼아 시장에서 탈출해야 하는 ‘매도 신호’라고 해석해야 할까?
역설적이게도 지금과 유사하게 ‘쏠림’이 발생했던 1998년 후반은 오히려 IT 기술주를 매수하기 매우 유리했던 시점이었다. 증시의 고점은 계속 이어졌고, 나스닥 지수는 1998년 가을 저점에서 2000년 3월 최고점에 이르기까지 약 3배에 가까운 랠리를 기록했었다. 강세장은 모든 종목이 함께 오르는 시장이 아니다. 오히려 혁신 산업과 소수의 주도 기업이 시장을 견인하고, 이후 상승의 폭이 넓어지는 경우가 더욱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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