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번 돈 어디 갔나 했더니…40대 직장인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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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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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김모씨. 예금 2억원과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그는 연일 들려오는 주가 급등 소식에 최근 3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500만원 정도 차익을 실현했지만 선뜻 소비로 이어가진 못했다. 몇 달 전 카페 임차료가 오른 데다 중동 전쟁 이후 음료와 제과의 원재료값이 크게 상승한 걸 생각하니 사치같이 느껴져서다.

그는 “가족 외식을 한 번 하긴 했지만 나머지 돈은 일단 입출금 통장에 넣어뒀다”며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가 60% 상승할 때 소비 2% ‘찔끔’

주식으로 번 돈 어디 갔나 했더니…40대 직장인 결국

지난 1년간 코스피지수가 약 세 배로 급등했지만 자산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나는 ‘부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가 상승의 온기가 실물 경제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7일 한국은행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본격적으로 상승 추세를 타기 시작한 지난해 9월 이후 올 3월까지 코스피지수는 58.58%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가계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2.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 들어 1~3월 코스피지수는 48.17% 급등하며 앞 자릿수를 두 번이나 바꿨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같은 기간 가계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2.39%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가데이터처의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9월~올 3월 상품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소비 지출이 늘긴 했지만 주가 급등세를 따라가지는 못한 것이다.

한은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현상을 지적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가구패널 자료를 활용해 2012~2024년 가계의 소비 및 주식 자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식자산이 1원 오를 때 가계는 0.013원가량 소비를 더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일(0.038) 프랑스(0.032) 미국(0.032) 등 선진국 대비 약 30%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주식 팔아 부동산 산다

한국은 왜 부의 효과가 제한적일까. 한은은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차익 실현한 자금을 부동산에 재투자하는 현상을 꼽았다.

40대 직장인 유모씨는 곧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할 계획이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나온 서울 용산의 다주택자 매물을 급하게 잡았기 때문이다. 잔금을 걱정했지만 최근 주가가 급격하게 올라 부족한 잔금을 치를 수 있게 됐다. 급등한 주식을 팔아 부동산으로 돈을 옮기는 건 유씨만이 아니다. 한은에 따르면 서울 주택 매입 자금 중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은 지난해 5월 4.9%에서 올 1월 8.9%로 치솟았다. 당장 부동산을 사지는 않더라도 부동산 구입을 위해 주식을 묻어두는 사례도 많다.

의류 회사에 다니는 박모씨는 “이번 급등장에 4000만원 정도 수익을 봤지만 사치품을 사지는 않았다”며 “‘내 집 마련’ 종잣돈을 확보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에 묻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 자산 중 주식 보유 비중이 낮은 것도 문제다. 2024년 기준 국내 개인의 가처분 소득 대비 주식 자산 규모는 77%로 미국(256%)과 유럽 주요국(184%) 등을 크게 밑돌았다. 가계의 주식 보유 비중은 전체 자산의 7% 수준에 불과하다. 주식 자산이 주로 고소득·고자산 층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주가 상승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제약한 요인이다. 2020~2024년 순자산 5분위의 연평균 자본이득은 206만원인 데 비해 4분위 이하 가구는 10만~41만원에 불과했다. ‘용돈벌이’ 수준에 그친 것이다.

올해 취업한 20대 이모씨는 “남는 돈으로 코스피지수를 사 모으긴 했지만 수익은 7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한은은 최근 주가가 빠르게 상승해 가계의 주식 보유가 늘고 청년층과 중·저소득층이 주식시장에 유입되고 있어 부의 효과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곽법준 한은 거시분석팀장은 “주가 상승이 소비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쏠림을 막고 가계의 안정적 투자 환경을 조성해 주식 장기 보유 유인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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