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급락에 미·유럽 기술주도 동반 약세
주요 외신 “한국, AI 투자 심리 좌우하는 핵심 시장”
차익실현·AI 수요 둔화 우려 겹쳐…마이크론 실적 분수령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급락으로 시작된 국내 증시 조정이 미국과 유럽 반도체주 매도세로 확산되면서 주요 외신들이 한국 증시의 커진 영향력에 주목했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최대 수혜 시장으로 떠오른 한국이 이제는 글로벌 기술주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한국발 AI 급락장이 2900억달러 규모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대한 우려를 다시 키웠다. 국내 증시 조정이 미국과 유럽 기술주 매도세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날 코스피는 장중 10% 가까이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나란히 12% 넘게 하락했다. 이후 뉴욕 증시에서는 마이크론이 13%, AMD가 6%, 퀄컴이 8% 가까이 떨어졌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8% 급락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정의 진앙지로 한국을 지목했다. 노무라의 찰리 맥엘리곳 크로스에셋 전략 총괄은 “한국은 AI 병목현상(AI bottleneck) 투자 테마의 중심축”이라며 “레버리지 ETF라는 시장 구조가 맞물리면서 작은 충격이 글로벌 충격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허리케인으로 이어지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CNN도 이날 ‘월가가 AI 매도세에 짓눌리고 있다. 한국 증시는 10% 폭락했다(Wall Street is getting trampled by an AI sell-off. South Korean market plunges 10%)’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증시를 글로벌 기술주 조정의 출발점으로 꼽았다.
CNN은 “AI를 둘러싼 불안 심리가 한국에서 본격적인 투매로 이어졌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급락이 국내 증시 전반을 끌어내렸고 이후 미국 AI 관련 종목들에도 매도 압력을 가했다”고 전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 증시 급락이 전 세계 투자자들의 AI 투자 심리를 흔들었다”고 분석했다.
CNN은 이번 조정이 특정 악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AI 관련 종목들이 단기간에 가파르게 상승한 상황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고 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더해지며 매도세가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한국발 충격이 글로벌 증시로 번졌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국내 언론이 SK하이닉스의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생산라인 전환이 일부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한 점을 시장 급락의 계기로 지목했다.
해당 보도는 범용 메모리가 최첨단 HBM보다 높은 수익성을 내고 있다는 업계 평가를 인용했으며, 시장은 이를 AI 수요 증가세 둔화의 신호로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닛케이는 국내 증시 급락 이후 일본 닛케이225와 네덜란드 ASML 등 글로벌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했고, 미국 증시 개장 이후에는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까지 큰 폭으로 밀렸다고 전했다.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약 1조500억달러 감소했다.
신문은 AI 투자 붐 속에서 ‘놓치면 안 된다(FOMO·Fear Of Missing Out)’는 심리로 반도체주에 몰렸던 자금이 악재를 계기로 대규모 매도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AI 투자 테마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무게를 뒀다. 닛케이는 이날 급락이 AI 수요 둔화 우려와 차익실현 매물이 겹친 결과라고 분석하면서도 반도체 업종 전반의 성장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역시 24일 장 마감 후 예정된 마이크론 실적 발표가 AI 인프라 투자 수요의 지속 여부를 가늠할 핵심 시험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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