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온 연락”…연 끊긴 부모의 빚, 상속포기만 하면 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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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이 끊긴 가족의 사망 이후 상속·채무 문제를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우편물을 확인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연락이 끊긴 가족의 사망 이후 상속·채무 문제를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우편물을 확인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40년 만에 온 등기였습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50대 A 씨는 최근 예상하지 못한 우편 한 통을 받았다. 수십 년간 연락이 끊겼던 아버지의 사망 사실과 함께 병원비·장례 절차 관련 내용이 담긴 안내였다. 어린 시절 가족을 떠난 뒤 사실상 남처럼 살아온 사람이었지만, 사망 이후에는 법적으로 다시 상속인이 됐다.

A 씨는 최소한의 장례는 치러주고 싶었지만 동시에 불안도 컸다. 혹시 남겨진 빚까지 떠안게 되는 것은 아닌지, 장례를 진행하면 상속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가족 단절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부모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상속 문제를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무조건 상속포기부터 해야 한다” “장례를 치르면 빚도 넘어올 수 있다”는 조언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혼란도 커지는 분위기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본부 조정사업부장 최무영 변호사는 “원칙적으로는 부모가 사망하면 병원비와 채무 등도 상속인에게 승계된다”고 설명했다.

● 상속포기만 하면 끝?…후순위 상속인에게 채무 넘어갈 수도

다만 상속인이 모든 빚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제도가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이다.상속포기는 재산과 채무 모두를 포기하는 절차다. 절차 자체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최 변호사는 “상속포기를 하면 고인의 재산과 채무가 후순위 상속인에게 넘어가는 구조”라며 “사망자의 부모나 형제자매, 조카 등에게 다시 상속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정승인은 고인의 재산 범위 안에서만 채무를 변제하는 방식이다. 상속인 개인 재산으로는 갚지 않아도 되고, 후순위 상속인에게 채무가 승계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다만 고인의 재산과 채무 목록을 특정해야 하는 만큼 절차는 상대적으로 복잡하다.

전문가들은 고인의 재산과 빚 규모를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라면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금융 조회부터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금융감독원의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인의 금융자산과 보험, 대출·채무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 “장례 치르면 상속 승인?”…실제 상담 사례 보니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원칙적으로 사망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진행해야 한다. 가족과 오랫동안 연락이 끊겨 있다가 뒤늦게 부고를 알게 된 경우라면 실제로 알게 된 날부터 3개월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이후 법적 분쟁 가능성에 대비해 부고를 언제 알게 됐는지 관련 자료를 남겨두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인터넷에서는 “장례를 치르면 상속 승인으로 본다”는 말도 자주 나온다. 하지만 장례 자체만으로 상속 승인으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최 변호사는 “장례비를 고인의 재산에서 지출했다고 해서 곧바로 상속 승인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고인 명의 예금을 인출하거나 일부 채권자에게 임의로 빚을 갚는 행동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는 상속인이 고인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사용하거나 보험금을 임의 사용했다가 상속포기·한정승인 효력에 문제가 생기는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금도 수익자 지정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보험금 수익자가 고인 본인이라면 상속재산에 포함되지만, 법정상속인이 수익자로 지정된 경우라면 상속인 고유 재산으로 볼 수 있어 사용 가능하다.

최 변호사는 “갑작스럽게 이런 연락을 받으면 당황할 수밖에 없지만, 우선 금융거래 조회를 통해 재산과 채무 상황을 확인하고 법률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가족 단절과 고독사 증가 등으로 상속·채무·장례 문제가 동시에 얽히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 내부에서 정리되던 문제가 이제는 법률 분쟁과 생활 불안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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