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고(故) 김새론 유족 측과 배우 김수현의 무책임한 폭로전이 재개됐다. 망자를 두고 벌이는 산 자들간의 볼썽사나운 진흙탕 싸움이다. 소아성애자, 미성년자 그루밍(Grooming, 길들이기) 설전에 이어, 이젠 “중2 때 성관계”, “성적 학대” 등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단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조작, 거짓말 운운하며 서로를 향한 고소·고발도 난무한다. 안타까운 건 사이버레커들이 가세한 저열한 공방전 와중에 고인에 대한 배려, 예의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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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새론(왼쪽)과 김수현(사진=SNS, 이데일리DB) |
고인 배려 없는 ‘저열한 공방전’
고 김새론 유족 측은 지난 7일 “김수현이 고 김새론에게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성희롱 등 성적 학대 행위를 했음을 확인했다”며 “김수현을 상대로 아동복지법위반 및 무고죄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부유의 부지석 변호사는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와 함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고인의 생전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녹취 파일에서 고 김새론은 “수현 오빠랑 사귀었다. 중학교 때부터 사귀다가 대학교 가서 헤어졌다”며 “처음 (성관계를) 한 건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다. 지금 생각하면 당했다고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가세연은 김수현의 소속사인 골드메달리스트와 유튜버 이진호의 금전적 회유, 제보자의 흉기 피습도 주장하며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골드메달리스트는 즉각 반박했다. 이 회사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녹취 파일은 위조된 것이다.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파일을 가세연에 전달한 사람은 골드메달리스트에도 접근했던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피습 주장에 대해선 “가세연이 공개한 사진은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현의 능지처참, 유족들의 부관참시
폭로와 반박, 재반박으로 치고받는 양측의 공방전은 지난 달 10일 가세연에서 김수현이 미성년자였던 김새론과 교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족 측과 김수현은 카카오톡 메시지 대화, 손편지, 노출사진, 녹취 등 두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을 담은 자료들을 공개하며 서로를 압박하고 있다. 뱉어내기에 급급한 증거들이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지도 미심쩍다.
지난 2월 16일. 스물 다섯. 미처 다 피지 못한 이른 나이에 김새론은 생을 마감했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고 심판받으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배우에게 벌어진 예고된 참극이었다. 세상을 떠난 지 석 달이 다 돼 가고 있지만 아직 김새론에게 평온은 찾아오지 않고 있다. 그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세 치 혀로 놀리는 말들이 너무 많고, 가볍기만 하다.
열애설이 불거졌을 때 “인격과 명예 훼손”, “사실무근”이라며 숨 쉬던 김새론을 능지처참(陵遲處斬)하듯 짓밟았던 김수현은 뒤늦게 펑펑 울어대며 교제 사실을 인정하는 뻔뻔함을 보여줬다. 그런 그가 무척 괘씸하고 얄미울 테다. 하지만 더 많은 진실을 밝히겠다며 유족들이 지금 벌이는 행태는 고인에 대한 부관참시(剖棺斬屍) 아닌가.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는 김새론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시 한 번 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