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라는 충격이 금융시장을 덮칠 때 대중은 본능적으로 공포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시장의 생리는 감정보다는 경로에 민감하다. 전쟁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이렇다.
첫째는 공급망 교란이고, 둘째는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며, 셋째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중앙은행의 긴축과 금리 상승이다. 시장은 전쟁 그 자체보다 전쟁이 만들어낼 물가의 변화 그리고 그 가격 변동에 중앙은행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더 민감하게 응시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지금 두 가지 점에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첫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정치인은 결국 물가의 포로다. 특히 미국 정치에서 휘발유 가격은 매일 확인되는 생활물가다. 전쟁이 길어지고 유가가 높게 유지될수록 트럼프 대통령이 지불해야 할 정치적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보다 행동의 방향을 본다. 강한 위협을 던지고 결정적 순간에는 뒤로 물러서며, 다시 협상과 휴전의 공간을 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TACO(트럼프는 언제나 겁먹고 물러난다)'라는 표현으로 부르기도 한다.
물론 트럼프가 전쟁 종결을 원한다고 해서 곧바로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전쟁은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이란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쟁은 길어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이란과의 협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란은 직접 대화에 선을 긋고 중재를 통한 입장 전달을 고수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유가와 물가는 다시 불안해질 수 있으며, 이 리스크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시장이 두 번째로 주목하는 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반응 함수다. 설사 물가가 더 높게 나오더라도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며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동 전쟁이 만드는 인플레이션은 수요가 너무 강해서 생기는 '수요 견인형 물가 상승'이 아니라 공급 비용이 올라서 발생하는 '비용 전이형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원유 수송로가 열리지는 않는다.
금리 인상은 수요를 식힐 수는 있지만 공급 충격을 해결하지는 못하며 오히려 경기만 더 둔화시킬 수 있다.
결국 최근 주식시장의 반응은 두 가지 기대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생존을 위해 전쟁의 조기 종결을 원하고 있다는 기대다. 다른 하나는 물가가 다소 불안하게 나오더라도 연준이 비용 전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공격적인 긴축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물론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 무력 충돌이 재개되고, 유가가 다시 급등하며, 기대인플레이션이 임금과 서비스 물가로 번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때는 연준의 인내심도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다만 현시점에서시장의 반응은 무모한 낙관이라기보다 합리적 기대에 가깝다. 전쟁은 위험하지만 금융시장은 전쟁의 방향과 중앙은행의 반응을 함께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전쟁이 금리를 더 올리는 방향으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만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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