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송승현 기자] "일본어 한 마디 못하는 사람이 일본 시부야 골목을 20번 걸어다녔습니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거든요."
김기현 케이엘앤(KLN)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를 인수한 후 일본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로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를 거쳐 2015년 KLN파트너스를 창업한 김 대표는 맘스터치·마녀공장·가야산샘물 등을 통해 '직접 경영' 중심의 밸류업(Value-up·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의 경영에 직접 관여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매각하는 전략) 하우스로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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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현 케이엘앤파트너스 대표가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
기재부 관료에서 PE 창업가로…맘스터치 3대 난제 해결
KLN파트너스의 대표적인 트랙 레코드는 맘스터치다. 2019년 지분 56.8%를 약 1938억원에 인수한 당시만 해도 맘스터치는 성장 정체와 가맹점 갈등으로 시장의 우려가 컸던 브랜드였다. 김 대표의 판단은 달랐다. 그는 "사이버거를 먹어봤을 때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수도권에는 아직 아무도 개척하지 않은 빈 시장(화이트스페이스)이 너무 많았고, 브랜드와 마케팅만 제대로 잡으면 충분히 키울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인수 이후 송중기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브랜드 재정비에 나섰고, 현재 기업가치 1조원대로 꼽히는 브랜드로 키워냈다. 2022년 약 3100억원 규모 1차 자본재조정(리캡)을 시작으로 추가 리캡을 통한 배당만으로 이미 출자자(LP)에게 투자금의 2.7배를 돌려줬다. 리캡은 회사의 대출을 늘려서 확보한 현금으로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주는 금융 기법을 말한다.
하지만 인수 직후는 녹록지 않았다. 초반에는 위기도 있었다. 외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는 방식을 택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브랜드 이미지가 오히려 나빠지면서 맘스터치를 희화화하는 오명까지 붙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능력있는 대표이사에게 맡기면 잘 돌아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중소·중견기업은 오너의 리더십이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걸 그때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후 직접 경영으로 전환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직접 경영이 처음부터 잘 돌아갔던 건 아니다. △노동조합 문제 △가맹점 갈등 △지사 문제 등 세 가지가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먼저 노조 문제는 고용보장 협약을 전 직원이 볼 수 있도록 사내 팝업으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풀었다. 동시에 노조원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제시했다. 식대 두배 인상, 동선마다 음료 자판기 설치, 임원 연회장의 헬스장·샤워실 변경 등 직원 복지를 선제적으로 챙겼다. 사측이 먼저 만족할 만한 제안을 장기적으로 하니 공격적이던 노조의 움직임도 멈췄다.
가맹점주 갈등은 먼저 다가가는 방식으로 풀었다. 코로나 기간 매출이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가맹점 200~300곳의 물량을 본사가 직접 매입해 의료기관·소방서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점주와 상생을 실천했다. 아울러 전국 11개 협의회를 만들고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을 구조화했다. 지사 체제는 전부 인수해 본사 직영으로 전환, 미스터리 쇼퍼까지 운영하며 품질관리를 직접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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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현 케이엘앤파트너스 대표가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
일본어 한 마디 없이 시부야 골목 20번…'직접'이 만든 결과
맘스터치 밸류업의 정점은 일본 진출이다. 2023년 초 김 대표는 해외 진출·신규 브랜드·릴로케이션·마케팅 효율화 등 네 가지 성장 과제를 직접 설정하고 TF팀장을 임명했다. 첫 번째 과제인 해외 진출 타깃은 일본이었다. 문제는 맘스터치에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김 대표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직원들이 처음엔 그냥 하는 소리인 줄 알았다"며 "3개월이 지나도 아무런 진척이 없자 내가 직접 가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후 일본 출장만 20번을 다녀왔다. 시부야·신주쿠·이케부쿠로 골목을 혼자 가방 메고 걸어다니며 사람들이 몰리는 방향을 따라가고, 상권별 특성을 직접 눈으로 파악했다. "그 라인에만 내야 된다는 걸 직접 다니면서 정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23년 도쿄 시부야에서 진행한 첫 팝업은 3주 만에 3만3천명이 다녀갔다. 팝업 마감 3일을 앞두고 인근 맥도날드가 39년 만에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접한 김 대표는 즉시 "무조건 잡아라"고 지시했다. 그 자리가 지금의 시부야 플래그십 매장이다. 현재 월 임대료만 8천만원인 이 매장의 연매출은 50억원을 넘는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그는 "일본 한복판에서 일본 사람들이 하루 종일 줄 서 있는 걸 보면서 눈물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마녀공장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올해 초 지분 51.87%를 1900억원에 인수한 뒤 김 대표가 직접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매출 1000억원에 영업이익 200억원을 버는 회사였는데 가보니 제대로 된 시스템이 하나도 없었다"며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언제나 시스템 부재"라고 지적했다. 아마존 직판 채널 확대를 위해 아마존 TF도 직접 이끌었다. 올해 1분기 마녀공장의 해외 매출은 크게 증가했으며 이익은 4배 늘었다.
끝으로 김 대표는 PE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는 "PE는 먹고 튀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파이낸셜 엔지니어링이 아닌 진짜 회사를 좋게 만들어서 파는, 땀 흘리는 금융을 실천하는 하우스로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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