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값 오른다고?…"앞으로 도시의 가장 큰 문제는 빈집" [강영연의 건축 그리고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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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값 오른다고?…"앞으로 도시의 가장 큰 문제는 빈집" [강영연의 건축 그리고 건축가]

"앞으로 50년 후 도시의 가장 큰 고민은 빈집이 될 것입니다."

안지용 매니페스토 디자인랩 대표는 "2075년이면 대한민국의 인구는 3500만명 정도로 줄어들고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월부터 열리고 있는 서울도시건축학교에서 '서비스디자인+건축, 미래도시와 공간의 변화'라는 주제로 발표한 안 대표를 만났다.

안 대표는 홍익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건대에서 석사를 받았다. 현재 뉴욕과 서울에서 매니페스토 건축사 사무소와 매니페스토 디자인 랩을 운영하고 있다. LG경영연구원에서 공간연구소자을 역임하기도 했다. LG스마트코티지, 서울 명동 M플라자 건축설계와 남산타워 리뉴얼, 삼성하만스튜디오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는 인구 감소로 인해 빈집이 많아지는 것이 도시의 가장 큰 고민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수많은 집을 어떻게 처리할지 새로운 용처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은 성장과 팽창에 익숙하고 인구는 계속 늘고, 기업은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이미 세계는 축소되고 있고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안 대표는 날씨가 더워지고, 인구는 줄고, 도시는 공동화되고, 기술은 발전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정해진 미래라고 봤다. 그는 "나의 소득이 줄고, 인구도 줄고, 활력이 떨어지고, 집도 비어 가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공간이 부족해 싸우지만, 미래에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도시의 남는 공간은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안 대표는 스마트팜 같은 시설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공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식산업센터 같은 곳을 스마트팜으로 바꾸는 식이다. 그는 "지산산업센터는 자동차도 들어갈 수 있고, 공장형 전기를 쓰니까 전기료도 저렴하다"며 "스마트팜으로 사용하기에 좋은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과 수도권은 집이 부족하다는 말이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이미 지방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안 대표는 "포항 인구가 50만명 이하로 내려가면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며 "5도2촌(5일은 도시,2일은 시골 거주)을 거점인구로 인정해주자, 관계 인구(생활인구)를 확대해주자, 이런 고민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일엔 도시, 주말엔 농어촌을 찾는 5도2촌은 침체한 농어촌 지역의 생활 인구를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꼽힌다. 관계 인구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진 않지만, 여가, 업무 등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구를 뜻한다.

그는 도시 안에서 집이 부족한 것도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날 것을 예상하지 못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결혼 안 한 젊은 사람뿐 아니라 이혼, 사별을 안 해도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할 수 있다"며 "지금 대비를 하지 않으면 빈집이 그런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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