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많이 읽으면 성적 올라? 전문가 생각은 다르다는데 [틴매경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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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많이 읽으면 성적 올라? 전문가 생각은 다르다는데 [틴매경 인터뷰]

입력 : 2026.03.29 10:31

자녀와 함께 보는 틴매일경제
나득채 기파랑문해원 일산직영원 원장 인터뷰

문해력이란 말이 최근 자주 사용되면서 이를 단순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문해력은 독해력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합니다.
독해력이 글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라면 문해력은 그보다 한 단 계 더 나아갑니다.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며, 나아가 활용하는 능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문해력은 ‘읽는 힘’을 넘어 ‘생각하는 힘’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문해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오랫동안 국어교육 현장에서 활동해 온 나득채 기파랑문해원 일산직영원 원장은 문해력의 출발을 ‘사실적 이해’에서 찾았습니다. 그는 글에 제시된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파악하는 단계가 모든 학습의 기초라고 강조합니다. 이 과정은 국어뿐 아니라 다른 과목을 학습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사질적 이해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는 문해력이 충분하지 않을 텐데요. 그렇기에 나 원장은 글의 의미를 흐름과 맥락 속에서 파악하는 ‘추론’ 단계로 반드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글의 내용이 타당한지 스스로 검토하고 자신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과정까지 필요하다는 겁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과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내는 ‘창의적 이해’ 단계에 도달해야 비로소 문해력이 확장됩니다. 결국 문해력은 여러 단계를 거쳐 점진적으로 깊어지는 사고의 과정인 만큼 이에 따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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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원장은 이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예로 들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거북이가 이겼다’는 사실만 받아들이는 것이 사실적 이해”라면서 “이 사실만을 근거로 ‘거북이가 더 빠르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잘못된 해석인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토끼가 더 빠르다’는 자신의 상식만을 앞세워 이야기의 내용을 무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글이 전달하는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면서도 그 의미를 맥락 속에서 균형 있게 판단하는 자세”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문해력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과는 다릅니다. 특히 다양한 정보가 빠르게 생산되고 유통되는 오늘날엔 주어진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진위를 가려 내고 논리적 일관성을 점검하는 과정이 중요한데요. 서로 다른 정보를 비교하고 그 차이를 이해해 스스로 판단하는 과정이 독서에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하는 겁니다.

다만, 나 원장은 독서와 학업 성취의 관계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책을 많이 읽는 학생들이 학업 성취도가 높은 경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독서가 곧바로 학업적 성취를 만들어 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현실적인 조언을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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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오히려 지적 호기심이 높고 사고력이 발달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독서에도 관심을 갖는 경우로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다”며 독서를 단순한 학습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을 경계했습니다. 독서가 다양한 경험과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는 있지만, 학습 효과를 위해 일방적으로 강요될 땐 오히려 독서에 대한 거리감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나 원장은 자녀의 웹소설 독서를 걱정하는 학부모에게 “웹소설이든 고전소설이든 본질적으로는 시간을 들여 읽는 독서 활동이란 점에선 다르지 않다”며 특정 형태의 독서만을 우월하게 보거나 선호하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그는 “웹소설을 금지하고 고전을 강제로 읽힌다고 해서 결코 교육적 효과가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며 “강요된 독서는 기억에 오래 남지 않을 수 있다. 학습 이후의 시간은 기본적으로 학생이 스스로 활용하는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부모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나득채 기파랑문해원 일산직영원 원장. 본인 제공

나득채 기파랑문해원 일산직영원 원장. 본인 제공

‘좋은 책을 골라줘야 한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한계를 짚었는데요. 나 원장은 “모든 책을 완벽하게 선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다양한 독서 경험 속 실패도 해보면서 스스로의 기준을 형성해 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때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책을 읽는 경험 역시 책에 대한 판단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그는 “정보를 어떻게 이해하고 사고하며 나아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가가 문해력이란 점에서 책을 고르는 기준부터가 문해력이 될 수 있다”며 “글을 읽는 행위 자체보다는 독서 전반의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사고의 깊이와 확장이 문해력의 핵심이란 점에서 일률적인 학습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배윤경 기자. 박연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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