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작가가 쓴 단편 묶어
부담 줄이고 신선함 높여
제작 신속하고 섭외 용이
야구·AI 판사 등 주제 다양
올 들어 매달 10권씩 쏟아져
저스틴 C 키의 '탐미주의자'란 단편소설이 있다. 미(美)를 다루는 소설인가 싶지만, 들여다보면 장르는 공포다. 이 작품에는 '예술품으로 만들어진' 인간이 나온다. 쉽게 말해 '관상용' 인간인 셈. 그들은 소유되거나 매매된다. 존재하되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비존재다.
'탐미주의자'는 최근 '저 밖에서 비명 소리가'란 앤솔러지 소설집에 수록됐는데, 이 책에 담긴 19편의 단편소설의 창작자는 전부 다르다. 작품을 고른 사람은 아카데미상 수상작 '겟 아웃'으로도 팬층이 두터운 영화감독 조던 필. '흑인 공포'로 유명한 그가 흑인 작가 19명의 공포 소설을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저 밖에서 비명 소리가'를 비롯해 앤솔러지 소설집이 연초부터 서점가에서 쏟아지고 있다. 27일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26일 기준)까지 앤솔러지 소설집이 총 34종 출판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에는 122종, 2025년에는 140종이 출간된 바 있다. 매달 10권 가까운 앤솔러지 소설집이 출간된 것이다.
앤솔러지의 어원은 그리스어 'anthos(꽃)'와 'logia(모으다)'의 합성어로 꽃다발이란 뜻인데 문학계에선 한 명의 작가가 아니라 여러 작가가 하나의 주제로 쓴 공저 소설집을 뜻한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한 명의 작가 대신 한 주제 아래 여러 감각을 동시에 묶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독자 입장에서는 한 작가의 여러 이야기보다 한 주제 아래 모인 여러 작가의 시선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앤솔러지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 명의 작가를 앞세우는 데 따르는 리스크를 여러 작가의 인지도로 분산할 수 있다는 점, 원고 분량이 짧기에 출판 주기를 압축할 수 있다는 점도 앤솔러지 소설집의 출간 증가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서점가에서 독자들의 가장 너른 사랑을 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앤솔러지는 '혹시, 야구 좋아하세요?'로 김연수, 김종광, 김홍 등 10명의 작가가 야구라는 주제로 모였다. 10명의 작가가 모인 이유는 현재 프로야구 구단이 10개이기 때문. 김홍은 LG트윈스를, 송지현은 한화 이글스를, 심너울은 NC다이노스에 대해 쓰는 식이다. 현대문학 측은 "지금까지 수없이 청탁했지만 이번만큼 수월하게 청탁이 마무리된 적은 없었다.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게, 즐겁게 작업해주셨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출판사 북다의 앤솔러지 '신경 쓰이는 사람'은 로맨스에 관한 단편소설 12편을 묶은 책이다. 사랑이라는 모닥불 곁에 이상문학상,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오늘의작가상, 이효석문학상을 받은 동시대 최전선의 작가들이 한데 모였다. '사랑'이란 주제는 진부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사랑의 모양은 늘 위태롭고 다양하다. 가령 장진영의 '나의 사내연애 이야기'는 모델 에이전시 막내가 한 회사의 '두 팀장'과 동시에 연애하는 내용이다. '모두가 만류하는 짓 하기, 그것은 내 필생의 사업이었다'고 화자는 말한다.
정보라·조광희·곽재식·박진규 작가는 'AI 판사가 왔다'를 썼다. 넥서스 출판브랜드 앤드(&)의 신작 앤솔러지다. '0.1초의 판결, 0%의 책임'으로 요약되는 AI 법정을 다룬다. 악성 프롬프트로 환각 증상을 보이는 AI판사(단편 '일반교통방해죄'), 국가적 비용을 막기 위해 인간 재판관들의 투표를 조종하는 AI판사('이성의 책략') 등이 시선을 잡는다.
'포춘 텔링'은 5명의 작가가 운세를 주제로 쓴 소설이다. 헤어진 연인에게서 베지밀 병을 돌려받으려는 사람, 발바닥에 동전을 붙이고 다니는 미신 등이 나온다. 특히 이 책은 책의 날개(겉표지가 안쪽으로 접힌 부분) 하단에 '스크래치' 있다. 복권 긁듯 동전으로 긁어내면 '행운의 문구'가 나온다.
열린책들의 '하다 앤솔러지'는 '걷다, 묻다, 보다, 듣다, 안다'라는 5개의 주제로 최근 '안나' 편을 완성했다. 김경욱·심윤경·전성태·정이현·조경란 소설가가 참여했다. 또 SF 미스터리를 주제 삼은 '화성의 폐허', 서울의 한강을 주제 삼은 '앤솔러지 한강', 독립운동을 소재 삼은 '1945: 이 세계가 사라지기 전에' 등도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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