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안. 사람들이 쉼 없이 넘기는 스마트폰 화면엔 비관적인 소식이 가득하다. 기후위기, 전쟁, 인플레이션,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짜증과 무력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세상은 완전히 망해가고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독일의 이론물리학자 루카스 노이마이어는 이 지점에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정말 세상은 망해가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의 뇌가 그렇게 해석하도록 설계되어 있는가.”
‘양자물리학자가 세상을 낙관하는 이유’라는 부제가 붙은 신간 <모든 것이 잘될 수밖에>는 제목부터 과감하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양자물리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과학과 철학, 심리학을 넘나들며 현대인의 비관주의를 파헤친다. 물리학 교양서나 흔한 자기계발서는 아니다. 현실을 바라보는 인간의 인식 체계를 탐구하는 독특한 사유의 기록에 가깝다.
책은 평범한 직장인 ‘나’와 노숙자 ‘지로니모’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회적 낙오자로 보이는 지로니모는 사실상 소크라테스적 현자 역할을 맡는다. 직장 불안, 인간관계, AI, 비트코인, 기후위기, 명상과 의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주인공의 고정관념을 흔든다.
책의 핵심 명제는 단순하다.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저자는 ‘시뮬레이션’ 개념을 제시한다. 인간은 현실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뇌가 재구성한 내부 모델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객관적 현실을 본다고 믿지만 사실은 각자의 뇌가 만들어낸 해석의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많은 문제는 현실 자체보다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관측 행위 자체가 관측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양자물리학의 관측 문제가 이 주장의 과학적 토대다. 비관과 공포, 무력감은 세상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정신에 내장된 ‘소프트웨어 오류’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낙관주의 연구도 소개한다. 7만여 명을 장기간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낙관적인 사람은 비관적인 사람보다 평균 11~15년 더 오래 살았고 85세 이상 장수할 확률이 50~70% 높았다. 식습관·운동·만성질환 같은 변수를 통제한 뒤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저자가 “비관주의는 담배보다 건강에 해롭다”고 쐐기를 박는 근거다.
그렇다고 이 책이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자기계발서 투의 처방을 되풀이하는 건 아니다. 지로니모는 쳇바퀴 같은 일상에 지친 ‘나’에게 쳇바퀴에서 내려오라고 말하지 않는다. 쳇바퀴는 안전과 질서,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남이 만든 쳇바퀴를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데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 삶의 설계자가 되는 일이다.
양자역학과 의식, 명상, AI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는 때때로 비약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냉소와 불안이 지배하는 시대에,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과학자의 변론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4 hours ago
2

![[포토] 서울농협, 농심천심 국민참여단 농촌일손돕기](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6/PS26061901401.jpg)

![[포토] 농협 축산경제, 롯데마트와 '농협안심한우 할인대전'](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6/PS26061901363.jpg)
!["밥만 먹으면 졸리네" 40대 직장인의 고민…알고 보니 [건강!톡]](https://img.hankyung.com/photo/202606/99.25119203.1.jpg)
![[포토] 무파종하는 강호동 농협회장](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6/PS26061901358.jpg)
![[포토] 범농협 농가일손돕기 참가한 강호동 농협회장](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6/PS26061901354.jpg)

![[헬스캡슐]은행잎 추출물, ‘베타아밀로이드 응집 억제’ 효과 확인 外](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5/26/133978263.3.jpg)


!['꽃청춘' 3인방, 무계획 제주의 높은 벽..결국 티켓 구하기 실패[별별TV]](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5/2026052421091553722_1.jpg)


![[오피셜] ‘불꽃슈터’ 전성현, KT서 ‘퍼펙트 10’ 파트너 문성곤과 재회…서민수도 3년 계약](https://pimg.mk.co.kr/news/cms/202605/28/news-p.v1.20260528.c55346b19e8f45bfb362482843760fb3_R.pn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