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에드워드 리가 소개하는 美 이민자들의 음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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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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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로 인기를 끈 에드워드 리(한국명 이균·사진) 셰프의 에세이 <버터밀크 그래피티>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한 뒤 2019년 요식업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상 도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책은 그가 2년 동안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과 음식,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문화와 정체성에 관한 기록이다. 미 남부를 상징하는 식재료이자 그가 애용하는 ‘버터밀크’와 꿈 없이 방황하던 10대 시절 몰두한 ‘그래피티’가 결합된 제목처럼, 낯선 것이 만나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이민자의 요리와 삶을 표현했다.

[책마을] 에드워드 리가 소개하는 美 이민자들의 음식 이야기

이 책은 요리책처럼 보이지만 요리 레시피만 담긴 건 아니다. 레시피는 짧고, 그 흔한 요리 사진도 없다. 요리보단 이야기가 핵심이다. 리 셰프는 미국 각 도시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체성과 전통, 기술을 계승하고 있는 ‘이름 없는’ 이민자 요리사에게 주목한다. 푸드트럭 주인부터 시장 상인, 작은 레스토랑의 셰프들을 만나고 그들의 주방에 들어가 묻는다. “당신에게 음식이란 무엇인가요?”

그는 발효한 생선과 내장을 으깨 만드는 강렬한 ‘툭 프로혹’에서 캄보디아 요리의 특별한 짜임새를 발견한다. 양고기 국물에 끓인 국수 ‘라그만 수프’의 축축한 흙과 피가 섞인 듯한 강렬한 맛에서 핏줄이 튀어나온 노쇠한 요리사의 손놀림을 느낀다. 모로코의 비밀스러운 버터 ‘스멘’ 레시피를 전수하기 위해 처음 보는 젊은 모로코 여성의 부엌에 가서 30년 넘게 숙성이 가능한 발효 버터 만드는 법을 배우고 교감한다. 저자는 이들의 음식을 맛보며 이 속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를 세세히 기록했다.

흑백요리사를 보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이균의 삶과 가치관에 감동받은 사람이라면 그에 대한 사적인 궁금증을 해소할 만한 흥미로운 일화들도 담겼다. 학교에서는 피자나 햄버거, 샌드위치를 먹고 집에 와서는 게장과 김치찌개를 먹으며 혼란스러워한 어린 시절, 여름방학이면 가난한 이들의 휴양지이던 브루클린의 브라이튼 해변에서 가족과 놀던 일, 일본 음식에 대해 알려준 일본인 여자친구 이야기, 현재 아내와의 러브 스토리, 셰프가 된 그를 끝내 인정하지 않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킨 아주 사적인 회고록까지 소설처럼 펼쳐진다. 에드워드 리가 가진 통찰과 휴머니즘, 문학적 감수성이 돋보인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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