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강남 ‘라이프 스타일’, 어떻게 전국 표준이 됐나

18 hours ago 3

군사안보 목적으로 시작된 개발
이후 기업 등 민간 주도로 이어져
현재는 충청도까지 영향력 확장
◇도시문헌학자 김시덕의 강남/김시덕 지음/472쪽·2만4000원·인플루엔셜


올해 2월 서울시가 강남구와 송파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했다가 한 달 만에 이를 뒤집으면서 부동산 시장은 크게 출렁거렸다. 강남, 서초, 송파구를 뜻하는 ‘강남 3구’는 대한민국 성장의 상징이자 욕망의 집결체다. 강남구 하나만으로도 부산이나 인천의 70%에 달하는 지역내총생산을 기록한다.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맛집도 가장 많다.

‘도시문헌학자’인 저자가 40여 년간 강남 3구에서 살며 경험하고 관찰한 내용과 정부 보고서, 도시계획가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강남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한다. 한국 현대사의 압축판과 같은 다양한 개발의 참여자, 실패와 성공이 뒤엉킨 역사가 펼쳐진다.

불패 신화로 불리는 강남도 미완의 계획에서 시작됐다. 군사안보적 목적에서 개발이 시작됐지만 1970년대 들어 정부는 수도를 충청권으로 옮기는 ‘임시행정수도 백지계획’(건설계획)을 추진하며 강남 개발에 미온적이 됐다. 그 뒤로는 민간의 욕망이 정부의 역할을 대신했다. 재벌기업부터 원주민인 농민, 강북에서 이주한 철거민까지 뛰어들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대단지 아파트를 공급할수록 오히려 아파트 붐이 일며 가격이 더 상승하는 일이 반복됐다. 강남이 이제 한 지역이나 부동산 시장을 넘어 거대한 사회적 구조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책은 농촌 시절 강남의 모습부터 오늘날의 아파트, 산업, 교통망까지 세세한 기록과 현상을 해부한다. 특히 저습지를 매립해 개발한 결과 강남이 수해와 싱크홀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모두가 강남에 사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강남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말처럼 저자는 오늘날 ‘강남적’ 삶의 양식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한다. 아파트단지, 수변 공간, 복합 쇼핑몰로 구성된 이런 생활양식은 잠실에서 등장해 이제 전국 신도시의 모델이 됐다. 반도체 벨트를 따라 강남의 영향력이 경기도를 넘어 충청도까지 확장되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의 강남 개발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의 열망으로 꽃을 피웠던 것처럼, 앞으로도 재산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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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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