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북미작가 36명이 이어 쓴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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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마거릿 애트우드, 더글러스 프레스턴 외 34인·남명성 옮김/592쪽·2만2000원·비채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3월 31일 미국 뉴욕. 도시는 봉쇄됐고 부자들은 도망쳤다. 남겨진 건 평범하고 가난한 사람들. 낡은 빌라 관리인인 ‘나’는 어느 날 전임자가 남긴 옥상 열쇠와 세입자에 대해 기록한 노트를 발견한다. 옥상을 개방하자 각자 방에 틀어박혀 있던 세입자들이 그곳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서로를 경계하던 이들은 하나둘씩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꺼낸다. 그 과정에서 세입자들의 범상치 않은 정체가 조금씩 드러난다.

‘시녀 이야기’, ‘증언들’ 등으로 유명한, 부커상 수상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와 미국 작가 조합 의장이었던 더글러스 프레스턴 등 36명의 북미 작가들이 공동 창작한 실험적 장편소설이다. 참여 작가마다 각 캐릭터와 파트를 분배받아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로맨스, 스릴러, 공상과학(SF) 등 장르문학을 비롯해 순문학과 논픽션까지 아우르는 작가들이 공동으로 작업한 작품. 그렇다 보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비판부터 저주를 행하는 주술사의 오컬트, 범죄자의 소름 돋는 고백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팬데믹이란 큰 이야기 틀 속에서 각 인물이 자기 이야기를 전개하는 액자식 구성을 갖추고 있지만 전형적이진 않다. 한 인물의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다른 인물이 난입해 새로운 흐름으로 바뀌기도 하는 등 실험적 시도도 다양하다.

어떤 작가가 어느 부분을 맡아 썼는지는 소설이 끝난 뒤에야 밝혀진다. 평소 북미 소설가들에 대해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누가 어떤 이야기를 썼는지 추측하는 재미가 있다. 몰랐던 작가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단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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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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