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불안도 대물림”… 스트레스 기원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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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게 태어난 사람들/대니얼 키팅 지음·정지인 옮김/312쪽·2만1000원·웅진지식하우스


1998년 겨울, 캐나다 퀘벡에 기록적인 ‘얼음 폭풍’이 덮쳤다. 전기와 교통이 끊기고 일부 주민들은 식량 부족까지 겪었다. 재난은 곧 지나갔지만, 그 영향은 다음 세대의 몸에 남았다. 학자들이 당시 임신 중이던 여성들의 자녀를 추적 연구한 결과 임신부가 겪은 극심한 스트레스가 태아의 스트레스 반응 체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유전자 기능이 저하되는 ‘스트레스 메틸화(methylation)’가 일어났다.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정신의학·소아학 교수인 저자는 이 사례를 바탕으로 현대인이 겪는 불안의 기원을 추적한다. 그는 임신 중과 생후 첫 1년을 아이의 스트레스 조절 시스템이 형성되는 결정적 시기로 본다. 이 시기 부모가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아이는 ‘생물학적 불안 스위치’가 켜진 상태가 될 수 있다.

생애 초기 불안에 취약해진 아이는 또래 관계와 학교생활에서 쉽게 흔들린다. 성인이 된 뒤에도 일과 사랑,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중년기 이후엔 심장 질환 등 건강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불안의 원인을 개인의 기질이나 양육 방식에만 가두지 않는 데 있다. 저자는 경쟁과 비교, 계층 추락의 공포를 키우는 ‘사회적 불평등’이 만성 스트레스를 만들고, 이것이 몸과 뇌, 유전자 발현에 흔적을 남긴다고 본다.

이런 문제의식을 뒷받침하는 연구로 영국 공무원을 장기간 추적한 ‘화이트홀 연구’를 제시한다. 연구에 따르면 조직 내 지위와 통제권이 낮을수록 심장 질환과 우울, 조기 사망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부와 기회뿐 아니라 불안마저 세대를 넘어 대물림될 수 있다는 경고가 섬뜩하게 다가온다.

다만 책은 불안을 바꿀 수 없는 운명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애착과 일관된 돌봄 등 발달 단계마다 ‘불안의 사슬’을 끊을 대안이 있다고 말한다. 특히 임신·출산 시기의 과도한 노동을 줄이는 등 불평등을 완화할 제도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스트레스 관리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 온 통념에 균열을 내면서 다음 세대에게 어떤 사회를 물려줄 것인지 묻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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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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