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특이점이 촉발한 ‘영생 산업’… 부와 권력 독점하려는 욕망일뿐
◇기술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착각/애덤 베커 지음·박주용 옮김/496쪽·2만2000원·동아시아
책을 훑다 보면 끝부분, 미국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하거나 무시당한 이들의 목록이 먼저 시선을 끈다. 알 만한 글로벌 기술기업 수장들로 ‘기술이 인류를 구원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는 이들이다. ‘그런 발상은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며 정면으로 비판하는 책이니, 거절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특이점(singularity)’이란 과학용어가 있다. 블랙홀의 특이점과 같이 기존 이론으로는 정의나 설명이 안 되는 지점을 가리킨다. 그런데 요즘은 ‘인공일반지능(AGI)의 등장’처럼 혁명적인 기술의 진보를 가리키는 말로도 널리 쓰인다. “초지능을 가진 AI가 인간-기계 혼합체와 함께 유토피아를 불러오고, 모든 결핍을 없애고, 불로장생이나 영생을 누리게 해 줄 발견을 해낼 것”이라고 믿기도 한다.
하지만 테크 억만장자들이 퍼뜨리는 이런 믿음은 ‘공상적 비전’에 불과하고, 오히려 위험하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세상의 모든 문제를 기술로 환원시켜 버린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지구 온난화는 나노 기술이 해결해 줄 것으로, 불평등과 같은 사회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류를 구원한다’는 과장된 목적 아래 ‘모든 제약을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항구적인 성장’이란 약속은 기술업계의 이익에 복무할 뿐이라고 저자는 꼬집는다. 실현될 수 없는 기술에 대한 집착이 사실은 ‘부와 권력을 독점해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로 탈출하기 위한 욕망’에서 나온다는 것. 번역자인 박주용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그들의 꿈은 실리콘 인간이 온기 없는 행성 간 공간을 영원히 떠다니게 하겠다는 우주 제국 건설의 꿈”이라고 했다.
저자는 “우주는 거대한 자원의 저장고 그 이상이며, 인간 또한 그걸 다 빨아먹는 존재 이상”이라면서 “‘누군가가 인류를 위한 단 하나의 최선을 길을 안다’고 주장할 때 깊은 의심을 품어야 한다”고 했다. “인간의 저항을 통해 바꾸지 못할 인간의 권력이란 없다”(어슐러 K 르 귄)는 것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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