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가 그린 8살 아들의 초상화… 밝음-어두움 교차해 묘한 분위기
르누아르, 부유층 자녀 많이 그려… 당시 출산율 낮아 아이 귀한 대접
인상파 명화에 해설 덧붙여 소개
◇우리가 잊고 있던 날들/시릴 시아마, 마리 델바르 지음·김소연 옮김/304쪽·3만3000원·더퀘스트
이 책은 모네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이 남긴 어린이 그림을 모은 화집이다. 2023년 프랑스 지베르니인상파미술관에서 열린 ‘인상파 화가와 어린이들’ 전시회 도록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전시의 주요 출품작과 더불어 기획자와 연구자의 글, 카미유 피사로의 아들 리오넬 피사로가 아버지에 대해 쓴 글 등이 수록됐다.
여성 화가였던 모리조의 그림에선 아이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정직한 표현이 느껴진다. 모리조는 딸 쥘리를 자주 그렸는데, 동료 화가인 메리 커샛은 “오로지 어린이의 진실하고 자연스러운 모습만을 그렸다”고 평했다. 자기 자식이니 꾸미거나 미화해서 그릴 수도 있었겠지만, 모리조는 가정주부가 되기를 거부한 진지한 화가였다. 딸을 출산한 1878년을 제외하고 모든 인상주의 그룹전에 참여했을 정도로 화가로서의 삶에 집중했다. 남성 화가들처럼 카페나 술집에서 마음껏 동료들과 교류할 수 없었지만, 그 대신 그들을 집으로 초대했고 딸 쥘리도 자연스레 화가들과 어울렸다.
자기 자식뿐 아니라 동시대 후배 화가들과 그들의 아이들까지 사랑한 ‘아버지’ 피사로의 집은 예술가와 현실 참여적 지성인들의 아지트이자 예술 학교였다. 시인 옥타브 미르보는 피사로의 아들에게 “네 아버지는 내가 어릴 적 꿈꾸던 이상적인 아버지”라고 했다. 폴 세잔은 “내 아버지보다 카미유를 더 믿고 따른다”고 했다. 피사로의 그림 속 아이들은 항상 그림을 그리거나 색을 칠하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있다.
이 밖에도 책엔 폴 고갱, 메리 커샛이 남긴 어린이 그림과 마틴 파, 리네케 딕스트라 같은 현대 사진가들의 작품, 당대 어린이들의 교육 제도나 여가, 그림 속에서 볼 수 있는 의복 문화에 대해 연구한 글이 함께 수록됐다. 인상파 예술가 그룹이 살았던 시대와 공간 속 어린이의 삶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책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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