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간 노동이 사라질까? 로봇은 아니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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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오지 않는다/안토니오 카실리 지음·변정수 옮김/524쪽·3만2000원·이상북스
◇사람의 마지막 직업/앨리슨 J 퓨 지음·김재경 옮김/536쪽·2만8000원·추수밭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뉴스1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뉴스1
올해 미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해고 칼바람이 불었다. 오라클은 3월 약 3만 명을 해고했고, 아마존 역시 1만6000명의 감원을 진행했다. 그 배경에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가 있었다.

“기계가 인간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퍼지는 건 당연한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두 책이 국내에 출간됐다. 저자들은 “인간 노동이 없어지진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이 분석하는 현실이 그리 마냥 낙관적이진 않다.

● 은폐되고 묵인되는 인간 노동


‘로봇은 오지 않는다’가 주장하는 바는 명확하다. AI는 인간 노동을 ‘대체’가 아닌 ‘은폐’한다는 진단이다. 디지털 노동 연구자인 저자는 틱톡, 페이스북 등 다양한 실사례와 연구 조사를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 뒤에 숨겨진 노동 공급망을 추적했다. 이를 통해 “AI 산업은 보이지 않는 인간 노동 위에서 유지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일례로 자동화된 듯한 정보기술(IT) 산업을 보자. 이 산업 아래에는 알고리즘이 학습할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이터 라벨링 노동자, 혐오·폭력 콘텐츠를 걸러내는 검열 노동자 등 수많은 인간들이 존재한다. 노동의 형태가 더 잘게 분절돼 보이지 않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파편화된 업무로 인해 작업자조차 이 노동의 최종 목적을 알지 못하며, 이들 노동의 대가는 저임금으로 치부된다는 사실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더 나아가 저자는 ‘일로 인정되지 않는 노동’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플랫폼의 가치 생산에는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수행하는 클릭, 검색이나 ‘좋아요’ 누르기 등의 행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놀이라고 생각했던 이런 일들이 사실상 플랫폼 경제를 떠받치는 노동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현대 사회는 노동의 종말이 아니라 노동이 일상 전체로 확장되는 ‘과잉 고용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진단한다. 사라지는 건 노동 그 자체가 아니라, 노동의 가시성(可視性). 우리는 어쩌면 노동자란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게 아닐까.● 여전히 중요한 ‘사람을 대하는 일’


앞선 책에 뒤통수가 얼얼했다면, ‘사람의 마지막 직업’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 미 존스홉킨스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상호 소통과 공감을 바탕에 둔 일, 그러니까 사람을 대하는 일을 ‘연결 노동’이라 명명한다. 상담사, 의사, 교사 등 연결노동의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100여 명과 인터뷰하며 연결노동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저자 또한 인간 노동이 해체돼가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는다. 교육 현장은 더 이상 인간의 지혜를 배우는 공간이 아니다. 교사의 가르침 대신 콘텐츠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앱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는 실리콘밸리의 실험학교에선 효율적인 업무 배분에 따라 ‘지식 전달자 교사’와 ‘상담사 교사’로 나뉘어 있기도 하다. 의료계 또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즉각적인 처방을 내리는 데에 익숙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책은 여전히 많은 이들이 사회와 소통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 역시 짚어낸다. 2021년 네덜란드에선 계산원과의 소통을 유도하는 ‘대화형 계산대’가 다시 도입됐다. 카운터 옆에는 아예 대화 테이블이 마련돼 있는데, 홀몸노인들이 많은 지역에 주로 설치됐다고 한다. 이곳 계산원을 부르는 별칭은 ‘외로움에 맞서는 슈퍼마켓 점원’. 자동화 시대에 인간 노동이 향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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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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