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어머니 뵙고 이승으로 걸어내려오는 부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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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수코타이 왕국에서 제작한 ‘걷는 부처’.  연합뉴스

14세기 수코타이 왕국에서 제작한 ‘걷는 부처’. 연합뉴스

태국은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여행지 중 하나다. 지난해 156만 명의 관광객이 태국을 찾았을 정도다. 그런데 태국은 ‘휴양지의 얼굴’ 못지않게 매력적인 문화와 역사를 지닌 나라다.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1에서 열리고 있는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은 이런 태국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전시다.

방콕국립박물관 등 태국 21개 기관에서 모은 국보급 조각·회화·공예 239점이 나왔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각 박물관에서 주요 작품만 가져와 소개하는, 태국 현지에서도 볼 수 없는 전시”라고 말했다. 우리로 치면 국립중앙박물관과 경주·광주박물관 등 전국에 흩어진 명품을 한데 모아 뉴욕에서 전시를 여는 셈이다.

하누만의 가면

하누만의 가면

전시는 태국의 역사를 자연스레 익힐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동남아시아 한복판에 자리한 태국은 고대부터 교통의 요충지였다. 이곳 사람들은 인도를 비롯한 외래 문화를 자기 것으로 녹여냈다.

1부 전시장의 6∼7세기 청동 등잔이 그 증거다. 등잔에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 인물 실레노스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태국이 지중해까지 이어지는 교역로에 닿아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부 ‘타이 왕국의 영광’은 이 지역을 다스린 수코타이(1238∼1348)·란나(1292∼1775)·아유타야(1351∼1767) 왕국을 다룬다. 전시의 간판인 14세기 작품 ‘걷는 부처’를 여기서 만날 수 있다. 부처가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설법하러 하늘에 올랐다가, 보석으로 만든 계단을 밟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는 장면을 표현했다.

대부분 앉아 있고, 간혹 서 있거나 모로 누운 모습(열반상)인 국내 불상과 달리 걷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수코타이 왕국은 이런 형식의 불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구제하러 먼저 다가오는 부처를 표현했다.

이 불상은 붉은 벽돌 사원을 본뜬 복도 끝에 놓였다. 관람객은 양옆으로 늘어선 불상들 사이를 지나 걷는 부처와 마주치게 된다. 유 관장은 “청동으로 만든 조각상인데도 옷자락이 바람에 날리는 듯한 섬세한 표현이 살아 있다”며 “이번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세계적 명작”이라고 말했다.

3부 ‘왕조와 불교의 나라’는 1782년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라따나꼬신(방콕) 왕조를 조명한다. 화려한 금속·직물 공예품과 함께 전통 가면극 ‘콘’에 쓰던 원숭이 장군 하누만의 가면이 걸렸다. 전시는 9월 6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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