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28)는 천신만고 끝에 올해 초 서울 강남에 있는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늘 돈 걱정이다. 세금을 떼고 한 달에 300만원 넘게 월급을 받지만 오피스텔 임차료로 120만원 내고 식비 통신비 등 생활비를 쓰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언제 목돈을 모아 작은 아파트라도 장만할지 막막하다. 김씨는 하는 수 없이 내년 초 강남역 오피스텔에서 나와 수원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경상남도에서 2년 간격으로 나란히 서울로 유학 온 대학생 형제는 내년 초 기숙사 추첨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추첨에서 떨어지면 학교 인근 원룸으로 나가야 하는데 월세가 최소 70만원이다. 기숙사 비용 대비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점차 확산하면서 청년들의 주거비 고통이 커지고 있다. 최근 집값 상승으로 전·월세 가격이 모두 오른 탓도 있지만 전세 물량이 줄어들면서 어쩔 수 없이 비싼 월셋집을 구해야 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국 거래 통계를 보면 월세가 65%고, 전세가 35%다. 2020년만 하더라도 월세 비중이 40%였지만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1~2인 가구 증가와 저금리에다 정부의 전세 관련 규제 여파로 앞으로 월세 비중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요즘 서울 월세는 대체로 전세 보증금의 0.4~0.5% 수준이다. 전세 보증금 3억원짜리 주택을 보증금 2억원의 반전세(전세+월세)로 바꾼다면, 보증금 차액인 1억원에 연 5~6%의 이자율을 적용해 연 500만~600만원의 집세를 매긴다. 은행 이자의 두 배인 월평균 50만원 수준이다. 집주인으로선 임대소득세에 기타비용까지 감안해 은행 예금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
월세는 전세와 마찬가지로 집값을 따라간다. 정부가 잇따라 부동산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런 추세가 쉽게 바뀔 것 같지도 않다. 무엇보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만연해 있다. 정부가 월세로 고통받는 청년들의 눈물을 닦아주려면 집값부터 잡아야 한다. 높은 임차료 때문에 학업과 취업을 포기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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