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래세대 투자에 더해
세입 여건 좋을땐 기금 축적
결손 땐 활용하는 방안 논의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을 만든 뒤 예상보다 더 많이 걷힌 세수를 적립해 향후 세수결손에 대비하는 재정의 안전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특수에 따라 갑자기 늘어난 세수 중 일부를 산업 여건 변화에 따라 수출이 악화되거나 경기 침체가 발생해 세입이 급감할 경우 등에 대비하는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일종의 '재정 댐'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초과세수로 늘어나는 잉여금을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 공적자금 상환, 국채 상환 순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남은 돈을 사용할 여지도 있다.
◆ 안전기금 성격으로 적립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막대한 초과세수를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에 활용할 뿐만 아니라 향후 세입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기금 성격으로 적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세입 여건이 좋은 해에는 기금 일부를 축적하고, 결손이 날 때는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처의 미래대응기금은 재정경제부가 주도하는 '한국형 국부펀드'와 함께 인공지능(AI), 반도체, 에너지, 데이터센터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중장기 투자 재원으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자산 운용과 투자수익 창출에 집중하는 국부펀드와 달리 미래대응기금이 일부 재원을 적립해두는 '재정 완충 장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 산업 투자에 필요한 재원은 공급하되, 초과세수 중 일부를 별도로 떼어 향후 세수결손이나 재정 충격에 대응하는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인 셈이다.
이 같은 논의는 최근 세수 변동성이 과거보다 확대되면서 세입 여건이 좋지 않은 해에 대비할 필요성도 커진 데 따른 움직임으로 보인다. 2023년에는 국세수입이 예산안을 짤 때 전망치에 비해 56조4000억원 부족해 역대 최대 세수결손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24년에도 30조8000억원의 결손을 기록했다.
올해는 정반대로 세입경정을 통해 국세수입 전망치를 본예산 대비 25조2000억원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반도체 호황으로 15조원을 넘는 추가 세수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 산업사이클 변화 대비
법인세 비중이 높은 세입 구조상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논의 배경으로 꼽힌다.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보이면 법인세가 급증하지만, 업황이 꺾일 경우 세수가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우려가 있다. 세수 추계의 오차 역시 확대되면서 중장기적인 재정 대응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안팎에서는 향후 10년 내에도 경기 변동이나 산업 사이클 변화로 대규모 세수결손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향후 세수결손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초과세수는 세수결손에 대비한 기금에 적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래대응기금의 구체적인 적립 규모와 사용 요건 등은 향후 설계 과정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국부펀드 도입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도 본격화했다. 기획처는 지난 25일 정책펀드 범위를 명확히 하는 국가재정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투자 회수금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재투자할 수 있도록 한 정책펀드를 국가가 직접 출연·출자한 예산이나 공공기관에 출연·출자한 예산을 재원으로 조성·운용되는 펀드로 구체화했다.
[김금이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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