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한 안보 말살 정책"…'사관학교 통합'에 예비역 '폭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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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 회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한경DB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 회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한경DB

"정치적 고려가 안보적 고려를 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안보의 바탕 위에서 정치 행위가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원칙을 반드시 정치하는 분들이 지켜야 한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사관학교 통합 반대' 궐기대회 현장.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육군사관학교 31기)은 정부의 사관학교 통합 추진을 두고 한경닷컴에 이같이 밝혔다. 한 전 장관은 "(육사 이전 및 사관학교 통폐합은) 육사의 현 체제와 교육 체계, 교수들의 교육 여건을 무너뜨리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교육 역량을 약화시키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궐기대회는 국민의힘 한기호·임종득 의원과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 육군사관학교 사관생도 학부모 모임이 정부의 사관학교 통합 정책에 반대하며 처음으로 연 집단행동이다. 전국 각지에서 육·해·공군사관학교 동문과 예비역 장성, 장교, 생도 가족, 시민 등이 몰리면서 당초 참석 예상 규모였던 1000명을 훌쩍 뛰어넘어 2000여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가 각 군의 사관학교 통합을 밀어붙이자 야권과 군 안팎에서 반발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 예비역들 "전문성 없는 합동은 허상"

영상=이정우 기자

영상=이정우 기자

이날 현장에서 만난 예비역들은 정부의 통합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정부는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해 육·해·공군 사관학교 생도를 통합 선발하려는 배경으로 우수 인재 확보와 합동성 강화를 들었다.

이양구 예비역 육군 소장(육사 36기)은 우수 인재 확보 명분에 대해 "지방에서 아무리 명문대학이라고 하더라도 현재는 현실적으로 '인서울'을 못 따라간다"면서 합동성 강화 논리를 문제 삼았다. 이 소장은 "사관학교라는 것은 민간인을 군인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1·2학년이 모여 교양과목을 배우는 것이 합동성과 무슨 관계가 있냐"며 "합동성은 전문성이 전제된 다음의 문제"라고 힐난했다.

통합의 실리가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예비역 중장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사에서 "1·2학년을 묶어서 한 학교를 만들고 3·4학년 때는 육사·해사·공사를 따로 교육한다고 하면 사관학교가 네 개가 되는 것"이라며 "세 개를 네 개로 만들면서 이것이 실리가 있다고 얘기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렇게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탄핵하겠다는 청원이 30만 명에 육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안 장관 탄핵에 관한 청원은 30만명을 넘어섰다.

◇ 3군 사관학교 동창회 "졸속 통합 즉각 철회"

사관학교 통합 반대 총궐기 대회에서 애국가 부르는 참석자들 /사진=연합뉴스

사관학교 통합 반대 총궐기 대회에서 애국가 부르는 참석자들 /사진=연합뉴스

각 군 총동창회도 이날 현장에서 성명을 내고 사관학교 통합안 철회를 요구했다.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는 "1·2학년을 자운대에서 통합 교육한 뒤 화랑대가 아니라 전남 장성에서 3·4학년 교육을 받게 한다는 것은 화랑대의 찬란한 전통과 호국정신의 맥을 완전히 끊어버리겠다는 추악한 안보 말살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무책임한 졸속 통합 추진으로 청년 장교들은 가치관의 붕괴를 겪고, 사관생도들은 극심한 혼란 속에 내던져졌다"며 "안보에는 두 번의 기회가 없다"며 "단 한 번의 실패가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 재앙으로 직결된다"고 날을 세웠다.

해군사관학교 총동창회는 "교육은 미래이자 백년지대계"라며 "정부는 통합안을 즉시 공개하고 육·해·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와 교육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서 대토론회를 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도 "사관학교 통합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본질인 장교 처우 개선과 교육과정 현대화 등 시급한 정책부터 우선 시행하라"며 "하늘에 살고 하늘에 목숨 바치는 공군 특유의 DNA는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절대 주입할 수 없으며 한 번 무너지면 결코 되돌릴 수 없다"고 직격했다.

궐기대회 종료 직후 공동주최 측 대표단은 참석자들의 뜻을 담은 결의문을 국회의장실과 국방부에 공식 전달하기도 했다. 결의문에는 △국군통합사관학교 추진 중단 △기본계획 전면 재검토 △연구용역 결과 및 정책 추진 근거 공개 △각 군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정책 마련 등의 요구사항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 정부 "합동성 체질화"…창설 브리핑은 순연

지난 1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 발언하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 발언하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한편 정부는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해 1·2학년은 공통 교육을, 3·4학년은 군별을 선택해 특화 전공 교육을 받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출발했다.

안 장관은 통합 필요성을 거듭 밝혀왔다. 그는 지난 4월 초 기자간담회에서 "몇 년 전부터 과거보다 낮은 성적을 가지고 사관학교에 입학한 인원들이 꽤 많다"며 "우수한 엘리트가 전쟁 지휘를 하고 결심을 내려야 하는데 여러 제한 조건이 대두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후 안 장관은 지난 1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도 "각 군의 전문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면서도 "그 전문성이 '칸막이'가 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합동성은 사관학교에서부터 함께 배우고, 함께 훈련하고, 함께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체질화한 뒤 야전에서 더 다듬고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관학교 통합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지난 6일 예정됐던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 브리핑은 안 장관의 청와대 회의 참석으로 연기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방부는 안 장관이 7~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 대통령 수행 일정을 마친 뒤 브리핑을 다시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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