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시민권 인정 판결에…트럼프 정부 "임신한 외국인 입국 차단" 추진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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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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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이 연방대법원에서 패소한 후 트럼프 정부가 원정출산을 겨냥한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가 임신한 여성의 미국 입국을 차단하는 정책으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임신, 여행, 시민권을 둘러싼 새로운 이민 논쟁이 촉발될 것"이라면서 "논의의 초점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권리를 문제삼는 것에서 누가 미국에 입국할 수 있는지 제한하는 문제로 옮겨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미 연방대법원은 수정헌법 14조에 기반해 속지주의 형식의 출생시민권 제도를 유지한다고 결정했다. 찬성 6명(브렛 캐버너 대법관은 일부 반대) 대 반대 3명의 구도였다.

보수 인사들 사이에서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론이 쏟아졌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제시와터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시민권자에게서 태어난 아이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사회 안전망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설령 일시적인 방문이라도 누구를 입국시킬지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악시오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태생 시민권의 가치를 수호하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어제 판결 이후 의회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주권이 없는 임시 체류자나 불법 체류자가 낳은 아이에 대한 시민권 부여를 부정하는 행정명령에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서명했다.

미 법무부의 엑스(X) 계정은 판결문이 공개된 후 콜린 M 맥도널드 미 법무차관 명의의 문서를 통해 "미국의 형법은 이미 이러한 '원정 출산' 수법에 수반되는 행위들을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콜린 차차관은 "미국 시민권의 특권을 악용해, 매년 수천 명의 외국인이 허위 사유로 미국에 입국해 출산 후 자녀의 시민권을 확보한다"면서 "이미 존재하는 연방법(18 U.S.C. § 1546, 비자 사기)으로 처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 전역의 모든 검사와 형사국에 국토안보부(DHS)와 협력해 원정출산 문제를 수사·기소에서 우선순위로 삼도록 지시했다. 비자 사기 외에도 전신사기 및 그 공모, 자금세탁 및 그 공모, 신원확인수단 부정사용 등 다른 연방법 위반 여부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구체적인 원정출산 사례도 제시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이브라힘 아크사칼은 뉴욕에서 튀르키예어로 SNS 광고를 통해 원정출산을 유도했다. 그는 2022년 의료보험사기와 전신사기 공모 혐의로 징역 27개월에 배상금 및 몰수금 판결을 받았다. 법무부는 또 'USA 해피베이비'라는 법인을 설립해 중국인 고객들에게 수만 달러를 받고 원정출산 관광을 알선한 마이클 웨이 위에 리우, 징동 부부에게 각각 징역 41개월을 선고한 사례가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생시민권 폐지 뿐만 아니라 이민자가 들어와서 아이를 낳은 후 '미국인' 아이를 앞세워 전 가족의 이주를 추진하는 앵커 베이비 문제를 오랫동안 비판해 왔다.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기의 전체 수는 연 360만명 수준이다. 이 중에서 부모 모두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는데 태어난 아기의 비중은 약 9%(32만명, 2023년 기준, 퓨리서치센터 추정) 정도다. 이 중에는 불법체류도 있지만, 학업 사업 등 다양한 합법적인 비자 소지자의 자녀도 많다. 의도적인 원정출산으로 태어나는 아기의 수에 대해서는 공식 집계는 없다. 수천명에서 2만명대 수준이라는 다양한 추정 결과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원정출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신한 여성의 입국을 임의로 차단할 수 있다는 트럼프 정부의 구상이 실현될 경우, 현장에서는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전망이다. 임신 여부를 정부가 확인하거나 출산 예정시기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민감한 문제이자, 당사자조차도 정확한 정보를 갖지 못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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