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이미 반려묘 수가 앞질러
한국서도 코로나 이후 급증 추세
“실내에서 키우기 훨씬 편하다”
좁은 아파트·저출산·1인 가구 등 복합 원인
오랜 논쟁거리였던 ‘개파 vs 고양이파’의 대결에서 동아시아가 확연히 ‘고양이파’로 기울고 있다. 대만, 중국, 일본을 비롯해 한국과 홍콩까지, 반려묘의 인기가 반려견을 추월하거나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하지만 이 귀여운 고양이들의 인기 이면에는 인구 밀집, 살인적인 노동 강도, 저출산, 그리고 현대인의 깊은 외로움이라는 씁쓸한 사회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는 10일(현지시간) 동아시아 국가에서 반려묘 선호 현상이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심층 보도했다.
대만은 정부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역사상 처음으로 반려묘 숫자가 반려견을 넘어섰다. 2023년 130만 마리에서 지난해 170만 마리로 무려 33%나 급증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2021년에 이미 고양이가 개를 앞질렀다. ‘헬로키티’와 수많은 ‘고양이 섬’을 보유한 일본은 이 트렌드의 원조격으로, 이미 10여 년 전에 고양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 여전히 반려견 비율이 높지만 고양이의 인기는 수직 상승 중이다. 특히 과거 고양이를 불길하게 여기던 인식이 완전히 사라졌다. KB금융그룹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실내 돌봄이 용이한 고양이 입양 수요가 급증했다.
이들 국가가 공유하는 공통적인 요인은 밀집된 도심의 좁은 아파트에 살며, 반려견을 산책시킬 시간조차 부족할 만큼 바쁜 일상을 보낸다는 점이다.
홍콩에 거주하는 엘렌 정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도시에서는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개는 자주 산책시켜야 하는데 현대인에겐 그럴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고양이 붐’이 동아시아 전역의 저출산 문제 및 1인 가구 증가와 깊게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치열한 취업 경쟁, 정체된 임금, 높은 생활비, 그리고 과도한 노동 시간으로 인해 아시아의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서울시가 외로움 퇴치를 위해 5년간 약 4500억 원을 투입하며, 중국에서는 매일 생존을 확인하는 앱이 유행할 정도로 사회적 고립은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의 온기 대신 동물에게 위안을 얻는 이들이 늘면서 반려동물 경제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국에서는 2023년 사상 처음으로 아기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이 팔렸고, 중국의 펫푸드 시장은 2030년 12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출산율 반등을 간절히 바라는 각국 정부에게 이러한 현상은 달갑지 않은 소식일 수 있다. 과거 쥐를 잡는 실용적인 목적에 그쳤던 고양이가 이제는 ‘외로움’을 달래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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