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면허에 유효기간 도입 추진, '평생 면허' 시대 끝나나?

1 day ago 1

정부·국회, 30년 관리체계 손질
‘갱신제·적격성 심사’ 도입 추진
싱가포르 등 해외 규제 벤치마킹
일각선 “외투 위축 우려” 신중론도

  • 등록 2026-06-29 오전 8:10:04

    수정 2026-06-29 오전 8:10:04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정부와 국회가 사실상 ‘평생 면허’로 운영돼 온 카지노 면허 관리체계 개편에 나선다. 일정 기간마다 카지노 운영 사업자의 자격을 재심사하는 ‘갱신허가제’와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 도입을 추진한다. 심사를 통해 부여한 카지노 사업권을 임의로 양도·양수해도 신규 사업자에 대한 적격성 여부를 확인할 법적 장치가 전혀 없는 데 따른 조치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카지노 면허 갱신허가제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담은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다음 달 정책토론회를 열어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늦어도 8월 초엔 개정 법안 발의한다는 구상이다.

무분별한 카지노 영업권 매각에 제동

정부와 국회가 카지노 면허 관리체계 개편에 나서게 된 계기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카지노 영업권 거래 행위 때문이다.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는 지난해 2월 대형 복합리조트 개발을 조건으로 정부가 내준 카지노 운영권을 채무자인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에 넘겼다.

최근엔 제주 ‘썬호텔 카지노’ 매각 과정에서 노조가 투기 자본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을 막아야 한다며 카지노 양도·양수제 폐지, 면허 갱신 허가제 도입 등을 주장했다. 제주도도 현행법상 신규 운영 주체를 심사하거나 거래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제도 개선을 정부 측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지난해 국내 18개 카지노 영업장 매출은 3조 6954억원, 이용객은 597만 2709명을 기록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이용객도 349만 4051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카지노 산업 규모가 커진 만큼 면허 관리체계도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운영 과정에서 사업자 적격성과 지배구조에 따라 면허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제도 개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면허 취소만을 전제로 하는 방식보다 단계적인 관리체계를 주문한다. 정광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카지노는 지역경제와 고용 효과가 큰 산업인 만큼 한 번의 심사 결과만으로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개선명령과 조건부 갱신, 일정 기간 내 재심사 등 단계적인 관리수단을 마련해야 시장 충격을 줄이면서도 관리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는 다음 달 정책토론회를 통해 갱신 주기와 평가 항목, 기존 사업자에 대한 적용 방식과 유예기간 등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먹튀·우회상속는 막되 3~5년 유예줘야 연착륙

정부가 추진하는 ‘카지노 면허제도 개편’의 핵심은 단순 갱신허가제를 도입하는 데 있지 않다. 최초 허가(사업권 부여) 단계에 집중됐던 관리 방식을 사업자 지배구조와 재무 건전성, 내부통제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영구적 권리’나 다름없던 카지노 면허를 일정 기간마다 자격을 평가하는 ‘조건부 사업권’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정부와 국회가 검토 중인 관광진흥법 개정안에는 일정 주기마다 사업자 자격을 심사하는 갱신허가제와 함께 대주주 변경이나 지배구조 변동 시 별도 적격성 심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심사 대상에는 재무 건전성과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내부통제 시스템, 책임도박 운영 실적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관광진흥법은 카지노를 처음 허가할 때 자본금과 시설, 재무 상태 등을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허가 이후에는 대표자 변경 등 일부 사항을 제외하면 사업자의 적격성을 다시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 법인 분할이나 합병, 지분 거래를 통해 실질적인 지배주체가 바뀌더라도 최초 허가 당시의 투자 능력과 도덕성, 공적 책임을 다시 검증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것이 현행 제도의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진식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은 “카지노 산업은 운영 주체의 투명성과 내부통제가 산업 신뢰를 좌우한다”며 “대주주 변경이나 지배구조 변화가 발생했을 때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국내 제도를 설계할 방침이다. 싱가포르는 3년마다 카지노 면허를 갱신하면서 재무 건전성과 책임도박 운영, 내부통제 수준을 종합 평가한다. 미국 네바다주와 뉴저지주는 주요 주주나 경영진이 변경될 경우 적격성 심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마카오는 10년 단위 면허 갱신 과정에서 비게임 투자와 지역사회 기여도까지 함께 평가한다. 이러한 글로벌 스탠다드와 비교할 때 국내 카지노 산업의 관리는 현저히 뒤처져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투명성 강화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관계자는 “갱신 심사가 예측 불가능한 행정 규제로 변질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켜 장기적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규제 자체보다는 규제의 정교함과 예측 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