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어 호주 총선도 ‘反트럼프’ 승리… 총리 21년만에 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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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노동당 과반의석 훌쩍 넘겨… 반미 바람에 초반 열세 딛고 역전
트럼프 흉내 자유-국민 연합 참패… 더턴 대표 24년 지킨 지역구 내줘
싱가포르 총선, 집권 인민당 압승

3일 호주 총선에서 승리한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운데)가 최대 도시 시드니에서 지지층에게 양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그는 2004년 총선에서 승리한 존 하워드 전 총리에 이어 21년 만에 연임에 성공했다. 당초 고물가 등으로 중도 좌파 성향인 집권 노동당의 지지율이 약세였지만 전 세계적인 반(反)트럼프 정서로 수혜를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드니=AP 뉴시스

3일 호주 총선에서 승리한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운데)가 최대 도시 시드니에서 지지층에게 양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그는 2004년 총선에서 승리한 존 하워드 전 총리에 이어 21년 만에 연임에 성공했다. 당초 고물가 등으로 중도 좌파 성향인 집권 노동당의 지지율이 약세였지만 전 세계적인 반(反)트럼프 정서로 수혜를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드니=AP 뉴시스
“호주 국민이 ‘분열’보다 ‘통합’을 택했다.”

3일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 중도 좌파 성향의 집권 노동당이 승리했다. 노동당을 이끄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또한 2004년 총선에서 승리한 존 하워드 당시 총리에 이어 21년 만에 연임에 성공했다.

호주 총선은 여러 면에서 지난달 28일 캐나다 총선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중도 좌파 성향의 집권당이 고물가 등 경제난으로 지지율 하락에 시달렸지만 동맹국에도 관세 압박을 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전 세계적인 ‘반(反)트럼프’ 정서가 고조되면서 집권당이 반사 이익을 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 성향 자유당과 국민당의 야권 연합을 이끈 피터 더턴 호주 자유당 대표는 ‘트럼프 따라 하기’ 전략으로 총선은 물론이고 지역구에서도 패했다. 야당 지도자가 의원직을 상실한 것은 호주 최초라고 영국 BBC는 전했다. 더턴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중국 상거래 플랫폼 ‘테무’의 이름을 딴 ‘테무 트럼프’로 불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저가 복제품’이란 의미다.

● ‘인플레’로 떨어진 지지율, 트럼프로 올랐다

호주 ABC방송 등에 따르면 개표가 약 77% 진행된 한국 시간 4일 오후 8시 기준으로 노동당은 하원 전체 150석 중 과반(76석)이 훨씬 넘는 85석을 얻었다. 자유·국민당 연합은 39석, 기타 정당은 10석, 나머지 지역구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2028년까지 3년의 임기를 더 보장받게 된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인은 호주의 방식으로 세계적인 도전에 맞서기로 선택했다”며 “첫 임기와 마찬가지로 두 번째 임기에도 규율 있고 질서 있는 정부가 되겠다”는 승리 소감을 밝혔다. 트럼프 모방 전략을 구사한 더턴 대표를 겨냥해 “우린 다른 곳에서 구걸하거나 빌리거나 베끼지 않는다”고도 했다. 여론조사회사 ‘로이모건’에 따르면 올 2월 말∼3월 초만 해도 자유·국민당 연합의 지지율은 40%로 노동당(28.5%)보다 11.5%포인트 이상 높았다. 2022년 5월 앨버니지 총리의 집권 후 한때 소비자물가가 8%에 육박하는 등 고물가로 주거, 식료품, 에너지 비용 등이 치솟자 국민 불만이 고조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상대로도 무차별적인 관세 공격을 쏟아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호주는 미국이 무역흑자를 거두는 몇 안 되는 나라다. 또 미국, 영국과 중국 견제 목적이 강한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도 구성하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일 호주에 10%의 보편 관세를 매겼다. 원자재 비중이 높은 호주 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차지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별도 관세도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민심이 돌아섰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런 트럼프 2기 행정부를 향해 “(관세는) ‘친구’가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이달 2일 로이모건의 조사에서 노동당과 보수연합의 지지율이 53% 대 47%로 바뀌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경제난’ 대신 ‘트럼프발(發) 대외적 불확실성’이 이번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앨버니지 총리의 지지율 반전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인스티튜트’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세계 각국의 중도 좌파 정당이 수혜를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 ‘테무 트럼프’, 지역구서도 패배

더턴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반(反)이민,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 트럼프 대통령을 모방하는 전략으로 참패했다. 그가 ‘호주판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내정한 저신타 프라이스 자유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와 같은 ‘호주를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ustralia Great Again)까지 사용했다.

이로 인해 총선 막판 지지율 하락세가 가시화하자 뒤늦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적도 없다”며 거리를 두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2001년부터 24년간 지켜왔던 퀸즐랜드주 딕슨 지역구에서 노동당의 여성 후보에게 패했다.

한편 3일 싱가포르 조기 총선에서도 집권 인민행동당(PAP)이 전체 97석 중 87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무역과 금융이 핵심인 싱가포르에서도 트럼프발 관세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지난해 5월 취임한 로런스 웡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여론이 높아졌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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