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0% 폭등했는데…"여기 한국 맞나요?" 청년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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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일자리는 어디에 > 4월 청년층 고용률이 전년 동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43.7%를 기록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2024년 5월부터 24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3일 서울 도화동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취업준비생들이 구인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내 일자리는 어디에 > 4월 청년층 고용률이 전년 동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43.7%를 기록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2024년 5월부터 24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3일 서울 도화동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취업준비생들이 구인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인공지능(AI)은 축복인가, 재앙인가. 먼 미래에 묻게 될 줄 알았던 질문이 어느새 현실로 다가왔다. AI발(發) 반도체 슈퍼호황이 한국 경상수지와 코스피지수를 미지의 영역으로 밀어 올리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특히 청년 고용률이 24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AI 덕분에 모처럼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같은 이유로 청년 세대는 온기에서 소외되는 역설적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2월 발표한 1.9%보다 0.6%포인트 올려 잡았다. 이유는 단연 반도체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져 수출과 설비투자가 작년에 비해 각각 4.6%, 3.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상수지는 작년보다 94% 늘어난 239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한국 경제는 1.7% 성장했다. 올해 들어 13일까지 코스피지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급등에 힘입어 90% 가까이 상승했다.

경제 지표와 자산 가격은 부풀어 오르고 있지만 고용시장에는 한기만 가득하다. 반도체의 취업 유발 효과가 낮은 데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의 경기가 악화하면서다. 건설 경기 한파도 지속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이날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896만1000명으로 전월 대비 7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24년 12월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작은 증가폭이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9만4000명이나 줄었다. 고용률은 1.6%포인트 하락한 43.7%를 기록했다. 작년 8월(-1.6%포인트) 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24년 5월부터 24개월째 내리막길이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최근 청년 고용 한파는 경기 사이클과 별개의 문제”라며 “AI 확산 등 구조적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설비투자·수출 역대급 호조…민간소비 2.2% 늘며 회복 관측
"올 취업자 17만명…2만명 줄듯", 반도체 취업유발 효과 적은 탓

취업을 준비 중인 A씨(28세)는 최근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급등을 보면 남의 나라 얘기처럼 느껴진다. 편의점에서 단기 알바로 일하며 받는 최저임금 수준 시급으로는 주식에 투자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김밥 한 줄 가격이 4000원에 육박하는 등 외식 물가도 뛰면서 미래를 걱정하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는 “최근 기업은 인공지능(AI) 영향으로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경력을 쌓아야 경력직이 될 텐데 어디서부터 단추를 끼워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반도체 호조에 성장률 전망치 상향

잠재성장률 하락에 신음하던 한국 경제에 모처럼 성장 모멘텀이 찾아왔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한 데 이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13일 종전보다 0.6%포인트 높은 2.5% 전망치를 내놨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이달 기존 2.0%인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경제성장률 향방을 가를 2대 변수는 반도체와 중동 전쟁이다. KDI는 전쟁의 부정적 영향보다 반도체 수출의 긍정적 영향이 크다고 판단했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성장률 전망치 상승폭) 0.6%포인트 중 반도체 기여도는 0.3%포인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공급 능력이 빨리 확충되면 수출이 늘고 성장률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민간 소비는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에도 소득 개선과 정부 지원 정책에 힘입어 올해 2.2%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주가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로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호조세에 따른 높은 투자 수요에 따라 올해 3.3%라는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제시했다. 역시 반도체 호조세에 수출은 올해 4.6% 증가하고 경상수지는 2390억달러 규모의 역대 최대 수준 흑자를 전망했다. 작년은 1231억달러 흑자였다.

◇청년 고용률, 금융위기 이후 최장 하락

"반도체 호황은 남 얘기"…청년 고용률 24개월째 내리막길

눈에 띄는 것은 KDI가 ‘경기 확장’ 국면이라는 진단에도 올해 취업자는 종전 전망 때와 같은 17만 명으로 제시한 점이다. 작년 19만 명보다 2만 명 적은 수치다. 정 부장은 “성장을 이끄는 반도체는 고용을 많이 늘리지는 않은 섹터”라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의 취업 유발 효과(2022년 기준)는 생산 10억원당 1.85명으로, 제조업 평균(4.85명)의 절반 이하다.

중동발(發) 내수 충격에 청년 일자리 부진이 계속되며 고용시장은 얼어붙고 있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고용률은 63.0%로 0.2%포인트 떨어졌다. 2024년 12월(-0.3%포인트) 이후 처음 하락 전환했다.

특히 고용 취약계층인 청년층이 고용시장에서 체감하는 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9만4000명 줄고, 고용률은 1.6%포인트 하락한 43.7%를 기록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2024년 5월부터 24개월째 내리막길이다. 2005년 9월부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1월까지 51개월 연속 떨어진 이후 최장 하락세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업에서 5만2000명 줄어 2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숙박·음식점업도 2만9000명 줄어 9개월 만에 최대 폭 감소했다.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은 11만5000명 줄며 2013년 산업분류 개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KDI는 전쟁 여파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전쟁 전 전망보다 0.6%포인트 높인 2.7%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한 유연한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물가와 금리가 오르면 AI발 성장에서 소외된 계층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일규/김익환/남정민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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