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내일 시작… SNS 능숙한 추기경들 새 이정표 만드나

2 hours ago 3

성당 이동하며 셀카 찍어 올리고
SNS 통해 대중과 열린 소통 추구
“시대 변화에 색다른 교황 나올수도”
일각 “3일내 신임 교황 선출 전망”

필리핀의 방송인 제시카 소호 씨가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과의 셀카. 제시카 소호 페이스북 캡처

필리핀의 방송인 제시카 소호 씨가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과의 셀카. 제시카 소호 페이스북 캡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 중.”

일본 도쿄대교구장인 기쿠치 이사오(菊地功·67) 추기경이 2일 인스타그램에 이 글과 ‘셀카’ 사진을 올렸다.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은 지난달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영면에 든 곳이다. 사진에는 붉은 추기경 모자 ‘비레타’를 쓴 기쿠치 추기경과 그의 동료 추기경들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영화에서 추기경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나왔는데 정말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군요’, ‘이게 추기경들이 타는 버스’라는 댓글도 달렸다.

바티칸은 7일부터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 ‘콘클라베’를 개최한다. 소셜미디어에 능숙한 추기경들이 콘클라베에 대거 참여해 주목받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됐던 2013년 콘클라베 때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X 등을 활발히 활용하는 추기경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대중과의 열린 소통’을 지향하는 이런 추기경들이 추대할 교황이 가톨릭교회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亞 프란치스코’ 타글레 셀카도 등장

4일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 또한 기쿠치 추기경의 셀카를 거론하며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추기경들이 모여 새 교황을 선출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13년 콘클라베 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광경이라고도 했다. 당시 추기경 중 일부는 휴대전화도 소지하지 않았고 셀카를 찍는 추기경은 더더욱 흔치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차기 교황 선거인단의 상당수가 디지털을 완벽히 다룰 수 있게 돼 열린 소통에 능하고, 교회도 시대의 변화와 젊은 세대와의 대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며 색다른 교황이 배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매체는 “교회 역사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초의 아시아 출신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8) 또한 소셜미디어 활용에 적극적이다. 그의 페이스북 추종자는 64만 명. 그의 페이스북에는 여러 사람과 찍은 셀카가 종종 등장한다. 양극화 해소 등을 중시하는 행보가 프란치스코 교황과 닮아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도 불린다. 소셜미디어를 활발히 사용하는 다른 직급의 사제들도 많다. 미국 위노나-로체스터 교구의 로버트 에밋 배런 주교는 페이스북 추종자가 무려 305만 명이다. 이를 통해 신학과 영성을 알려 ‘소셜미디어의 주교’로 불린다.

● “콘클라베 최대 3일 걸릴 듯”

콘클라베가 임박하면서 일각에서는 진보 성향의 타글레 추기경을 겨냥한 비방성 영상 또한 확산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그가 성상 앞에서 가볍게 몸을 흔들며 리듬을 타자 “교황답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가 존 레넌의 노래 ‘이매진’을 부르는 2019년 영상 또한 최근 재조명됐다. 가톨릭 보수파 일부는 그가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보라’는 이 노래의 가사를 수정하지 않고 불렀다는 점을 반(反)기독교적이라고 주장한다.

콘클라베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한 추측도 분분하다. 엘살바도르의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 추기경은 “(교황 선출에) 최대 3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10차례 콘클라베의 평균 기간은 3.2일. 5일 이상 지속된 콘클라베는 없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틀 만에 선출됐다. 이번 콘클라베에는 전 세계 80세 미만 추기경 135명 중 133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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