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오브 킹스' 보편성으로 흥행… 韓적인 것만 생각해선 안돼"[만났습니다]①

6 hours ago 2

[대담=윤종성 문화부장, 정리=김보영 기자]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가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국가의 경계를 넘어선 보편성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편적 가치는 어디서든 통합니다.”

장성호 대표(사진=모팩스튜디오)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55)는 ‘킹 오브 킹스’의 개봉에 맞춰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보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한국 사람이라고 한국적인 것만 생각해선 안 된다. K팝을 소재로 만든 미국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넷플릭스에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만 봐도 네 것, 내 것 경계가 사라졌다”면서 “누가 어떤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영화 ‘해운대’, ‘명량’, ‘스파르타쿠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등 다수의 국내외 작품에서 시각효과를 담당하며 30년간 K콘텐츠의 부흥을 이끈 국내 시각·특수효과(CG·VFX) 업계 선구자다. ‘킹 오브 킹스’는 그가 처음 크리에이터에 도전해 기획부터 각본, 연출 등 제작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작품이다.

‘킹 오브 킹스’는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가 어린 자녀들을 위해 쓴 책 ‘주님의 생애’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인류의 사랑과 관계 회복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배급사만 미국일 뿐, 순수 국내 기술과 자본으로 완성한 토종 애니메이션이다. 올해 4월 부활절 시즌 미국에서 먼저 개봉해 극장 매출액 6000만 달러(약 820억 원)을 돌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제치고 할리우드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에 등극했다.

2015년 처음 이 시나리오를 기획해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10년의 인고를 거쳤다. 장 대표는 “오랫동안 시장 조사를 했고, 기술력 경험치도 충분해 자신감이 있었다”면서 “미국에서 기독교 콘텐츠는 시장성과 경쟁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완성도를 갖춘 콘텐츠라면 국가의 경계는 더 이상 작용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포스터(사진=모팩스튜디오)

다음은 장 대표와의 일문일답.

-감독 데뷔작을 애니메이션으로 한 이유가 있나.

△난 아직 크리에이터로서 검증받지 않은 사람이다. 실사 연출에 도전하면 저예산 영화 정도의 한정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반면 애니메이션은 노하우와 기술없인 아무나 진입할 수 없는 시장이다. 실사 영화 시장과 비교했을 때 미개척된 영역도 많다.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

-첫 작품을 한국이 아닌 북미 시장 타깃으로 한 것도 의외다.

△영화 ‘스파르타쿠스’를 계기로 여러 외화 작업을 하면서 할리우드 관계자들과 상당한 친분을 쌓았다. 그래서 할리우드가 막연하거나 낯설지 않았다. 나 스스로 할리우드에서 겨룰 만한 역랑이 있다고 생각했다.

-북미에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나.

△오랫동안 시장 조사를 했고 기술력 경험치도 충분해 자신감이 있었다. 기독교 콘텐츠는 북미에서 시장성과 경쟁력이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좋은 콘텐츠는 반드시 인정받는다.

-북미 관객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모두가 익숙한 할리우드 영화의 전개 방식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했다. 할리우드 관계자들에게 도움받아 북미 관객들이 공감하지 못할 것 같은 요소들은 철저히 배제하는 수정 보완 작업도 수 차례 거쳤다.

-북미 흥행을 통해 느낀 게 있다면.

△보편적 가치는 어디서든 통한다는 것이다. ‘보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완성도를 갖춘 콘텐츠라면 국가의 경계는 더 이상 작용하지 않는다. 한국 사람이라고 한국적인 것만 생각해선 안 된다. K팝을 소재로 만든 미국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넷플릭스에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만 봐도 네 것, 내 것 경계가 완전히 사라진 것 같다.

-제작비 360억 원이 순수 국내 자본만이라고 들었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네트워크를 총동원한 것 같다.(웃음) 감사하게도 주변 지인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줬고, 그렇게 모인 자금의 일부를 콘텐츠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도 병행했다. 회사 지분도 일부 매도하고, 사재도 털어가며 제작비를 확보했다.

장성호 대표(사진=모팩스튜디오)

-한국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 것으로 예상하나.

△기독교 소재는 핵심 관객층이 확실하다는 장점만큼 다른 관객의 접근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한계도 명확하다. 개인적으로 국내 반응이 무척 궁금하다. 다만 이 영화는 기독교적 색채는 있어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과 관계 회복을 다루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비기독교인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시사회에서 기독교계의 반응은 어땠나.

△기독교는 교단과 교파가 많아 단합이 어려운데, 이 영화만큼은 모든 교단에서 적극 지지를 받고 있다. 어떤 교인은 작품을 보고나서 ‘한국 기독교의 대통합을 이룬 작품’이라고 얘기해줬다.(웃음)

-케네스 브래너, 오스카 아이삭, 우마 서먼, 피어스 브로스넌 등 화려한 성우 캐스팅도 놀랍다.

△외화 ‘라스트 나이트’ 작품을 함께 한 프로듀서가 디즈니 캐스팅 디렉터 제이미 토마슨을 소개해줬다.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캐스팅 디렉터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그가 시나리오를 보더니 기획 취지에 크게 공감하고 ‘이 시나리오라면 가능할 것 같다’고 자신했다. 할리우드 관계자들도 애니에서 두 번 다시 나오기 힘든 캐스팅이라고 한다.

-‘킹 오브 킹스’ 작업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은 없었나.

△CG업계에 오랜 시간 몸담았고 ‘해운대’, ‘명량’ 등 기술적 경험치가 충분했기에 자신 있었다. 다만 영화를 만들 땐 기술력을 과시하기 보다는 기술이 인물의 정서를 잘 살릴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했다. 아트워크와 캐릭터의 움직임, 표정 구현에 특히 공을 들였다. 100년 가까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길들여진 세계 관객들은 그와 다른 느낌의 작품을 생소하게 받아들이기에 익숙한 이미지를 어느 정도는 활용하되, 디즈니의 아류가 되지 않을 방향성을 찾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장 대표는…

△1970년 출생 △홍익대 시각디자인학 학사 △동국대 대학원 연극영화학 석사 △동국대 대학원 영화영상학 박사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표창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모팩스튜디오 대표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