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티 슈프림' 리뷰
승리위해 사랑·존엄 포기했던
한 탁구선수의 광기 어린 질주
전후 '아메리칸 드림'까지 해부
탁구는 묘한 스포츠다. 공은 가볍지만 랠리는 쉽게 멈추지 않는다. 세게 쳐내면 더 세게 되돌아오고, 받아칠수록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경기. 빈 곳을 찌르고, 타이밍을 속이고, 구석으로 몰아 세워야만 매치 포인트에 이르지만 늘 그렇듯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자주 듀스의 순간에 서게 된다.
티모테 샬라메 주연의 영화 '마티 슈프림'은 이러한 탁구의 리듬을 담아 인간의 야망과 절망을 다룬 영화다. 올해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9개 부문 후보에 오른 걸작 '마티 슈프림'은 1952년 신발가게에서 시작된다.
절망한 선수가 최정상 고지를 탈환하기 위한 '분투, 승리, 환희'의 눈물겨운 스포츠영화를 상상했겠지만 이 작품은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다.
영화는 주인공 마티가 야망 아래 인생 전체를 담보로 맡기며 망가지는 과정을 담아낸다. 푯값을 벌기 위해 사기를 치고, 보석과 차를 훔치고, 개를 버리고, 또 불륜녀와 한 침대에 눕는다. 짐이 되는 가족,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유부녀' 친구도 외면하려 한다. 그 이유는 오직 대회 출전을 위해서다.
이 영화는 흔한 스포츠 영화를 넘어선다. 마티의 야망은 전후 미국이 겪은 20세기식 욕망, 나아가 모든 인간의 '아메리칸 드림' 자체를 은유하고 있다. '난 너희들과 다르다'는 자만 속에서 마티는 자신에게 오는 공을 더 세게 쳐내며 세상의 약점을 노리는데, 이는 20세기 미국이 걸어온 길과 겹친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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