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 박천휴 “한국어로 ‘밥 먹었어요?’ 묻는 배우들 감동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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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상 6관왕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기자간담회
“수상 무게에 걸맞는 창작자 될 것”

박천휴 작가. 사진ㅣ연합뉴스

박천휴 작가. 사진ㅣ연합뉴스

“한국어로 ‘밥 먹었어요?’ 묻는 배우들… 감동이었습니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1가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미국 토니어워즈 6관왕의 주인공이 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42) 작가가 직접 소회를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함께 작품을 만든 NHN링크의 한경숙 프로듀서도 자리했다.

그는 지난 9일(현지시각), 뉴욕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뮤지컬 작품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무대디자인상, 연출상, 남우주연상까지 주요 부문을 휩쓸며 6관왕에 올랐다. 박 작가는 한국인 최초로 극본상과 작사·작곡상을 동시에 품에 안았다.

박 작가는 ‘토니상’ 수상 소감에 대해 “트로피를 식탁에 놓고 왔는데 보면서 아침을 먹었다. 너무 신기했다”며 “상징적 트로피가 내 초라한 뉴욕 집에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 무게에 걸맞는 창작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설마 수상할까’란 생각으로 기대하지 말자 다짐했었다”는 그는 “수상 당일 정신이 없고 마라톤 같은 하루였다. 너무 기쁘고, 당황스럽고, 상 받아도 되나 놀랍기도 했다. 다 끝났으니 편하게 잘 수 있겠다는 복잡미묘한 감정이었다”며 잊지 못할 그날의 감격을 떠올렸다.

박천휴 작가. 사진ㅣAP연합뉴스

박천휴 작가. 사진ㅣAP연합뉴스

‘어쩌면 해피엔딩’은 근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는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창작 뮤지컬이다. 이와 관련해 박 작가는 “사회 문명 발달로 외워진 인간을 로봇에 비유하면서 시작됐다”고 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 모두 노트북과 휴대폰만 하고 있었다. 상대방 보다는 스크린을 보고 있는 사람이 됐구나란 생각에 이별, 상실의 아픔을 로봇으로 해석하게 됐다”고 작품의 시작점을 소개했다.

박 작가와 미국 작곡가 윌 애런슨이 함께 만든 이 작품은 2014년 구상돼, 2015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2016년 국내 초연됐다. 이후 다섯 시즌에 걸쳐 무대에 올랐고, 마침내 브로드웨이의 심장을 울렸다.

이번 토니상을 수상함으로써 전 세계에 ‘K-뮤지컬’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박 작가는 “아직 어느 곳에서도 K뮤지컬 용어를 쓰진 않지 않나. 하지만 우리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 사이에서 ‘이 뮤지컬은 한국 뮤지컬이야. 한국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야’라는 말을 해줄 때 뿌듯했다”고 했다.

아울러 “출연 배우들도 어느 순간 한국어 공부를 하더라. 백스테이지에 가면 나를 붙잡고 한국어로 ‘밥 먹었어요?’ 물을 때가 있다. 이민자로서 내 문화가 어느 순간 이들이 공부하는 문화가 됐구나, 이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뮤지컬이 됐단 생각에 뿌듯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진행 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사진ㅣNHN링크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진행 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사진ㅣNHN링크

박 작가는 해외에서의 흥행을 위해 작품의 콘셉트나 성격을 일부러 바꾸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본과 음악이 바뀌는 건 없다. 굳이 애써 기본을 바꾸고 싶진 않다. 고유의 감수성을 지키면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내 공연에는 새로운 시도들이 예고돼 있다. “공연에 대해 구상하고 있는 아이디어들이 소진되기 전에 현실화 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서울 말고도 다른 지방에서도 다양하게 보여드리고 싶다. 좀 더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게 국가 차원 정책적 지원이나 제작자들이 함께 고민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NHN링크는 10주년 공연을 제작해 국내에서 선보인다. 이번 10주년 공연은 오는 10월 30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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