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심리] ‘파이어족’도 어떤 종목이 오를지는 몰라
한 지인은 내가 투자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파이어족으로 산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이런 질문을 했다. 나는 바로 대답했다.
“그럴 리가 있나요. 저도 몰라요. 갖고 있는 종목 가운데 굉장히 많이 오른 종목이 몇 개 있는 거지. 오를 종목만 갖고 있었던 건 아니에요.”
나는 투자로 크게 성공한 건 맞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앞으로 오를 주식만 알아보는 눈을 가졌다거나, 사는 종목마다 상승했던 것은 아니다. 물론 넷플릭스, 엔비디아 등 주식으로 10배 넘는 수익을 거둔 것은 맞다. 2~3배 오른 주식도 굉장히 많다. 이렇게 보유한 주식 가운데 오른 종목만 이야기하면 종목 선정을 굉장히 잘하는 투자자인 척 할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안다. 내가 산 종목 가운데 실패한 종목이 얼마나 많은지, 지금 당장도 손실을 보고 있는 종목이 얼마나 많은지 나는 알고 있다. 어디 가서 투자한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산 종목 중 절반은 오르고 절반은 떨어졌는데, 그 정도로 투자를 잘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 않나.
100% 믿었던 귀주마오타이와 어도비
더욱 곤란한 건 스스로 ‘이건 100%, 확실히, 꼭 오를 것이다’라고 단정한 종목의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5년 전 친지 아이에게 주식을 추천할 일이 있었다. 성인이 될 때까지 10년가량 묻어둘 주식으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친지 아이에게 추천하는 것이니 정말로 오를 주식을 골라야 했다.
귀주마오타이, 어도비만이 아니다. 이건 100% 오른다고 생각해 여기서 인생이 바뀌겠구나 확신을 가졌던 종목은 대부분 결과가 안 좋았다. 그래서 주식 종목을 고르는 나의 안목을 믿을 수 없다. 다른 사람이 어떤 주식이 좋은지, 어떤 종목을 사놓으면 좋을지 물어올 때 굉장히 곤혹스러워지는 이유다. 사실 나도 모른다.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모른다. 그런 걸 제대로 알면 내가 지금 이러고 있겠나.
암소를 겨우 제친 주식중개업자
그런데 내 실력만 이상한 것은 아니다. 주식시장, 나아가 투자시장은 원래 그렇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도 오르는 종목을 선정하는 승률이 그리 높지 않다.
이 주식투자 경연대회에서 꼴찌를 한 것은 점성술사로 손실을 기록했다. 3위는 암소로 7.26% 수익률을 거뒀다. 주식중개업자는 7.28%로 간신히 암소를 이겼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은 10% 넘는 수익을 낸 뷰티 블로거였다. 이는 주식 전문가라 할지라도 어떤 주식이 오를지 판단하는 능력은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작위 랜덤으로 종목을 정한 암소와 유사한 수준이다.
뷰티 블로거가 3개월간 10% 넘는 수익을 거뒀다고 해서 이 사람이 숨겨진 투자의 귀재였던 건 아니다. 3개월마다 해당 수익을 계속 올렸다면, 이 사람은 노르웨이에서 갑부가 됐을 텐데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이 기간 운이 좋았을 뿐이다. 결국 오를 종목을 계속해서 잘 맞히는 능력은 누구에게도 없다.
나에게는 어떤 종목이 오를지 알아내는 능력이 없다. 여러 종목을 선정했을 때 그 가운데 오르는 종목이 나오는 것일 뿐이다. 주식을 골랐을 때 그중 절반은 오르고 절반은 떨어진다면 그냥 랜덤으로 고르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어디 가서 내가 뭘 좀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내가 주식에서 손해를 봤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100% 오를 거라고 예측했던 어도비와 귀주마오타이는 반토막 났다. 하지만 100%는 아니어도 이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던 종목 가운데 크게 오른 것들이 나왔다. 내 주식 자산은 어도비와 귀주마오타이를 추천했던 2021년 당시에 비해 2배 증가했다. 분명 성공했다. 하지만 분명히 오른다고 판단했던 어도비, 귀주마오타이가 반토막 났기 때문에 주식으로 돈을 번 건 맞아도 종목 선정이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편은 아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분명히 될 거라고 판단해 구입한 상가는 현재 임대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굉장히 목 좋은데 위치한 오피스텔은 시간이 지나도 오르지 않아 월세 수입으로 만족하고 있다. 긴가민가했던 빌라는 이후 재개발 이슈가 터지면서 크게 올랐다. 부동산 투자에서 하나가 성공하고 나머지는 실패했다면 개수로 따졌을 때 결국 실패다. 하지만 수익은 얻었다. 승률은 낮지만, 수익은 크다. 투자는 원래 그런 게 아닐까. 투자가 종목 맞히기 게임이라면 나는 투자로 결코 큰돈을 벌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투자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어떤 종목을 사느냐가 아니라, 언제 사고 언제 파느냐라고 본다. 아무리 오르는 종목을 골랐다고 해도 10~20% 오르면 파는 식으로 매매할 경우 큰돈을 벌기 어렵다. 반대로 아무리 떨어지는 종목을 골랐다고 해도 매매 시점을 잘 잡으면 오히려 이익을 볼 수 있다.
투자로 오랫동안 수익을 올렸다고 해서 어떤 종목이 오를지 판단하는 능력까지 더 낫다고는 생각하지 말자. 투자 전문가라고 이런 예측을 더 잘하는 건 아니다. 종목 선정보다 언제 사고파는지가 중요하다. 그게 수익을 올리는 데 더 중요한 요소다.
최성락 박사는…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최성락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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