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프로팀' 오클랜드, 클럽월드컵서 역사적인 첫 골-첫 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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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06-25 오후 12:13:15

    수정 2025-06-25 오후 12:16:45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교사, 학생, 배달기사, 상점 사장님, 제약회사 직원, 부동산 중개인 등으로 이뤄진 뉴질랜드 축구팀이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서 귀중한 승점 1을 따냈다.

뉴질랜드 클럽인 오클랜드 시티가 보카 주니어스를 상대로 귀중한 승점 1을 따낸 뒤 선수들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그것도 남미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인 보카 주니어스(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말이다. 이미 탈락이 확정된 상태였지만 그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역사적인 승점 1을 따냈다.

뉴질랜드 클럽인 오클랜드 시티 FC는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린 보카 주니어스와 대회 조별리그 C 3차전에서 이번 대회 첫 골을 터뜨리면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오세아니아 대륙 챔피언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나선 오클랜드 시티는 앞선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모두 대패를 당했다. 바이에른 뮌헨에 0-10, 벤피카에 0-6으로 졌다. 총상금 10억 달러(약 1조 3600억원)가 걸린 엄청난 규모의 이 대회에 어울리지 않는 실력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클랜드 시티는 엄밀히 말해 전문 프로팀이 아니다. 일부 프로 계약을 맺은 선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투잡으로 축구를 하는 세미프로팀이다. 먹고 살기 위해 일과 중에는 생업에 종사한 뒤 퇴근 후나 주말에 연습과 경기를 치른다. 선수들은 각자 일터에 휴가를 내고 이번 클럽월드컵에 참가했다.

이날 경기도 오클랜드 시티는 일방적으로 밀렸다. 전반 26분 골키퍼 네이선 개로우의 자책골에 먼저 실점을 내줄 때만 해도 대패는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클랜드 시티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추가 보카 주니어스의 슈팅 세례를 막아냈다. 골키퍼 개로우는 신들린듯 선방쇼를 펼쳤고 골대도 오클랜드 시티 편이었다.

그리고 후반 6분. 오클랜드 시티는 역사적인 첫 골을 ㅌ뜨렸다. 오른쪽 코너에서 제르손 라고스가 올린 코너킥을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크리스천 그레이가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출령였다. 그의 본업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체육교사다.

자신감을 얻은 오클랜드 시티는 더욱 필사적으로 골문을 걸어 잡궜다. 뇌우로 인해 경기가 잠시 중단되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끝내 1-1 스코어를 유지하면서 역사적인 승점 1을 따냈다. 슈팅숫자 3대41, 유효슈팅 2대10, 볼 점유율 26%대 74%로 내용면에선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오클랜드는 부족한 실력을 정신력으로 메웠다.

역사적인 골을 터뜨린 ‘학교 선생님’ 그레이는 “우린 자원봉사자들에게 의존하는, 돈이 많지 않은 구단이다. 모두가 행복한 것이 기쁘다”면서 “한 달 동안 과제들이 쌓여있다. 곧 방학이 시작하는 건 다행”이라고 말했다.

폴 포사 오클랜드 시티 감독은 “우리는 작지만 엄청난 열정을 가진 팀”이라며 “오늘 승점 1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해 온 모든 사람들을 위한 정당한 보상이었다”꼬 밝혔다.

아울러 “보카주니어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점은 사과한다”면서 “이번 무승부로 우리의 자부심과 평판을 조금은 회복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보카 주니어스는 오클랜드 시티를 이겼더라면 뮌헨과 벤피카의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끝내 탈락의 쓴맛을 보고 말았다.

미겔 앙헬 루소 보카 주니어스 감독은 “벤피카 경기 쪽에 우리 정신이 팔려있었다”며 “그게 우리의 현실이었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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