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
송파선관위, 용지 10% 따로 보관… 4만장 남았지만 제대로 전달 안해
중앙선관위, 용지 부족 파악도 틀려… 노태악 위원장은 사태 이틀째 침묵
● 남겨둔 투표용지 제때 공급 안 해 혼란 키워
4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속출한 서울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는 본투표에 대비해 전체 유권자의 50%에 해당하는 투표용지(약 28만 장)를 인쇄했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실이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투표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문제가 된 투표소 중 어느 곳도 본투표율이 50%를 넘는 곳은 없었다. 준비한 투표용지를 다 나눠주기만 했다면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 실제 3일 본투표에 참여한 송파구민은 총 23만9910명으로, 4만 장 이상 남을 정도로 투표용지가 준비됐었다.
하지만 송파구선관위는 투표소별로 배정된 투표용지 중 10% 안팎은 전달하지 않고 선관위에 따로 보관했다고 한다. 일부 부정선거론자들이 선거 후 남는 투표용지가 부정선거에 악용된다는 음모론을 제기해 온 것을 감안해 투표 종료 이후 투표소에 남는 투표용지를 최소화하려는 조치였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하지만 송파구의 본투표율이 선관위 예상치를 훌쩍 넘어서고 예비 투표용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투표소 곳곳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중앙선관위는 “송파구 선관위에 충분한 물량이 남아 있었지만, 남겨둔 투표용지를 전달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유권자 불편이 커진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내부 지침을 통해 지방선거 본투표일 용지를 전체 선거인 수의 50% 이상만 인쇄하도록 규정한 것도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합선거관리지침’을 개정해 각 시군구 선관위에서 전체 유권자 수 대비 ‘50% 이상’의 투표용지를 본투표용으로 인쇄해 두라고 규정했다. 4년 전 8회 지방선거에선 ‘60% 이상’이었는데 최소 인쇄 수량을 하향 조정한 것. 정치권에선 앞으로도 투표율이 올라갈 가능성에 대비해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사태 파악도 제대로 못 한 선관위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이틀째 침묵을 지켰다. 노 위원장은 대법관 임기가 끝났지만 중앙선관위원장을 겸하는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총공세를 펼쳤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4일 의원총회에서 “중앙선관위 허철훈 사무총장과 오민석 서울시선관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며 “긴급 국정조사를 진행할 것을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한다. 이런 것이 바로 특검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청와대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치러진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한 국민 혼란과 불편을 언급하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며 “행정부가 가진 권한과 책임을 모두 사용해 문제 발생 이유와 책임을 명확히 하고 국민 참정권 훼손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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