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20년간 제자리 … 주주가치 훼손 5敵
① 코스닥 유증, 코스피의 4배
② 상장사 퇴출 전체 1% 불과
③ 기술특례상장 절반 바이오
④ 공모가 뻥튀기에 IPO 침체
⑤ 소액주주와 소통창구 부족
혁신기업의 성장 플랫폼이 돼야 했을 코스닥 시장은 과거 20년간 '주주가치 훼손'을 방치한 채 운영돼왔다. 연초 이재명 대통령이 부실 상장사를 겨냥해 "상품가치 없는 썩은 상품, 가짜상품이 많으면 누가 가겠느냐"고 했을 정도다. 시장에선 유상증자·전환사채(CB) 발행 남발, 허술한 상장폐지 기준, 바이오 쏠림 기술특례상장, 공모가 뻥튀기, 불투명한 거버넌스 등 5대 구조적 병폐가 얽혀 코스닥 시장을 20년 동안 병들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병든' 코스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이 상장시키는 시장'에서 '좋은 기업이 머물고 부실기업은 걸러지는 시장'으로 시장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장 먼저 꼽히는 병폐는 무분별한 주식 발행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의 연간 유상증자 비율은 매해 시가총액 대비 1.6~2.9%를 오가며 코스피(0.5% 내외)의 3~4배에 달한다. 심지어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에 나선 2017년에는 사상 최고치인 시총 대비 2.9%의 유상증자가 이뤄졌다. 정부 정책에 따른 주가 부양 상황을 '자금 융통 기회'로 악용한 것이다.
문제는 상당수 유상증자가 연명치료라는 점이다. 본업에서 돈이 돌지 않는 기업이 증자를 단행해 확보한 현금이 본업 성장에 투입되지 않고 운영비·부채 상환에 소진된다. 주식 수만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기존 주주 지분은 희석된다.
2017년 사례는 무분별한 유증이 시장을 어떻게 망쳤는지 보여준다. 2017년 632.04로 출발한 코스닥지수는 같은 해 말 798.42로 26.3% 급등했다. 하지만 쏟아지는 유증 앞에 버틸 재간이 없었다. 다음해인 2018년 말 코스닥지수는 전년 말 대비 15.4% 내린 675.65에 한 해를 마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 기업의 성공은 주식을 찍어내는 것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며 "이런 행태는 주주 지분가치를 희석시킬 뿐 신뢰도 하락으로 돌아온다"고 꼬집었다.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가 코스닥에 만연한 것도 구조적 병폐다. 동전주는 변동성이 크고 시가총액이 낮아 주가 조작의 표적이 되기 쉽다. 미국 나스닥이 1달러 미만 '페니스톡'에 상장폐지 요건을 적용하는 것과 달리 한국 코스닥은 이재명 정부 이전까지 동전주 퇴출 장치가 없었다. 금융위가 올해 7월부터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을 신설한 배경이다.
퇴출 문턱이 턱없이 낮았던 점도 코스닥 부실화의 핵심 원인이다. 기존 상장폐지 기준은 매출 30억원 또는 시가총액 40억원 이하였다. 한계기업이 매출 30억원 턱걸이를 위해 본업과 무관한 화장품 사업에 기웃거리거나 시가총액 40억원을 유지하기 위해 소액 거래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우는 일이 반복됐다.
지난 20년간 코스닥에는 신규 상장사 1353개가 들어왔지만 퇴출은 415개사에 그쳤다. 매년 전체 상장사의 1% 내외만 시장을 떠났다. 진입은 쉽고 퇴출은 어려운 구조가 시장 체질을 약화시켰다.
2013년 도입된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취지와 달리 바이오 섹터로만 자금이 쏠리는 기형적 결과를 낳았다. 원천기술·기술이전 계약 등 심사 기준이 바이오테크 생태계에 특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술특례상장사 37곳 중 16곳이 바이오(신약·기타) 계열이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에너지저장장치(ESS)·신재생·우주 등 국가 핵심 혁신산업은 오히려 상장 경로를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바이오테크 상당수는 스토리와 기대감에만 올랐다가 임상 실패, 기술 수출 무산 같은 악재가 터질 때마다 주가가 급락하는 패턴을 되풀이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최근 AI·바이오(Bio)·반도체(Chip) 등 이른바 'ABC' 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상장 트랙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선 질적 저하 문제가 만성화돼 있다. 2017년 450억원을 웃돌던 코스닥 평균 공모금액은 지난 4년간 200억원대에 머물렀다. 상장 건수는 매년 100곳 안팎으로 유지됐지만 조달 규모는 반 토막이 났다. '공모가 뻥튀기' 논란과 상장 직후 터지는 기업 내부 악재도 코스닥 IPO 질적 저하에 기여했다.
이 밖에 일부 코스닥 상장사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소액주주와의 소통 부재도 전문가들이 자주 지적해온 문제다.
우량기업들의 '탈코스닥'은 시장 정체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가운데 코스닥에서 이전상장한 기업은 셀트리온·네이버·카카오·포스코퓨처엠·기업은행·키움증권·이수페타시스·엘앤에프·LG유플러스 등 9개다. 전날 종가 기준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178조4897억원에 달했다. 이는 코스닥시장 1821개 종목 전체 시가총액 650조6616억원의 27%에 해당하는 규모다.
[안갑성 기자 /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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