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외교장관 “국제 체제 위기, 중견국 협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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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열린 ‘제143회 국제정책포럼’에서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장관(왼쪽)이 청중의 질문을 받고 있다. 주한 튀르키예대사관, 고려대 국제대학원,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김병기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오른쪽)가 사회자로 나섰다. 튀르키예 외교부 제공

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열린 ‘제143회 국제정책포럼’에서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장관(왼쪽)이 청중의 질문을 받고 있다. 주한 튀르키예대사관, 고려대 국제대학원,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김병기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오른쪽)가 사회자로 나섰다. 튀르키예 외교부 제공
“글로벌 거버넌스(국제 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을 찾은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장관은 ”지난 80여 년 간 구축된 국제 체제가 균열되면서 이 공백을 메울 유능한 국가들이 역할에 나설 때가 왔다”며 튀르키예가 국제 체제 개혁을 주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중견국인 한국과의 협력 의사를 강조했다.

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열린 ‘제143회 국제정책포럼’ 연사로 나선 피단 장관은 다음 달 앙카라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아시아 순방차 한국을 찾았다. 주한 튀르키예대사관, 고려대 국제대학원,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김병기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사회자로 나섰다.

피단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이란전 등 현재 벌어지는 동시다발적 분쟁의 근본적 원인이 “국제 체제의 위기”라며 “이는 지난 80년간 구축된 수많은 국제기구와 조약, 정상회의, 협력 체제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진단했다. 특히 가자전쟁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제노사이드(학살)’로 칭하며 현 국제 체제의 결함과 이에 따른 정당성 위기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열린 ‘제143회 국제정책포럼’에서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열린 ‘제143회 국제정책포럼’에서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피단 장관이 제시한 해결책은 다자주의 체제로의 전환이다. 그는 “아무리 크고 자원이 풍부한 단일 행위자도 더 이상 홀로 세계적 과제를 감당할 수 없다”며 지역별 핵심 중견국 간의 상호 협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벌어지는 국제 체제의 심층적 변환은 (튀르키예처럼) 전략적 주도력과 신뢰를 갖춘 유능한 국가들이 기존 구조의 균열을 메우는 방식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핵심 과제로는 안보 위기의 지역 내 관리와 국제기구 개혁을 꼽았다. 그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의 상임이사국 중심인 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체제가 현 시대의 글로벌 권력 배분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동시에 중동과 아시아 등이 ‘지역적 주인의식(regional ownership)’을 갖고 내부로부터의 평화와 안정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권국의 안보 개입을 지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중동은 오랜 기간 외부자의 개입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했으나 거듭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장관(맨 왼쪽)이 4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묵념하고 있다. 튀르키예 외교부 제공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장관(맨 왼쪽)이 4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묵념하고 있다. 튀르키예 외교부 제공
피단 장관은 자신의 삼촌이 6·25전쟁 참전용사라고 소개하며 이날 강연에 앞서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튀르키예 전사자 명비에 헌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에서 유엔 헌장과 집단 안보의 개념이 시험대에 올랐을 때 양국은 어깨를 나란히 했다”며 “튀르키예는 다시 한번 위기에 빠진 국제 체제를 수호하고 개혁하기 위해 한국과 긴밀하게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아시아 순방에 나선 피단 장관은 2일 싱가포르, 3일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4일 한국에선 조현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방글라데시로 출국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일본 닛케이아시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 달 앙카라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파트너 국가들을 초청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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