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을 조만간 끝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관련해선 ‘문제를 푸는 것은 미국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이란전쟁에 대해 “우리는 곧 철수할 것”이라며 철수 시점은 “2주 이내, 어쩌면 2주나 3주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란과의 합의 등 ‘외교적 성과’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또 미군이 철수하면 “유가가 곧바로 폭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해협에 대해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그들(해협 이용 국가)이 직접 그곳으로 가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미국과 이란 간 회담이 어느 시점엔가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결승선을 바라볼 단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의 통화에서 추가 공격이 없다는 보장을 전제로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 양쪽에서 전쟁 종식을 언급하자 시장은 반색했다. 이날 미국 S&P500지수는 2.91% 상승한 6528.52에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물은 한때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1일 오후 9시(한국시간 2일 오전 10시) 이란전쟁과 관련해 대국민 발표를 한다고 공지했다. 막바지 공격을 위한 지상전 개시 가능성과 종전 선언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된다.
'셀프 종전' 시사한 트럼프…이란, 통행료 체제 굳히나
미군 철수 예고…호르무즈 해협 통행 시나리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방치한 채 전쟁을 끝내겠다는 생각을 밝히면서 걸프만 주변국과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들에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 부과를 예고한 만큼 미국의 ‘셀프 종전’ 대가를 세계가 치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이 해협을 장악한 채로 전쟁이 끝나면 미국엔 ‘전략적 패배’, 이란엔 ‘전략적 승리’가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란, ‘통행료 톨게이트’ 설치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는 지난 30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계획안을 승인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소속 선박의 해협 통과를 금지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동참한 국가의 해협 접근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통행료 부과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해당 선박에 이란 화폐(리알화)로 통행료를 징수하고 이를 통해 이란의 주권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향후 호르무즈해협 통행과 관련해 여러 관측이 나온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대로 미국이 일방적으로 철수하면 이란이 계획대로 통행료를 부과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중국과 일부 우호국 선박은 해협을 자유롭게 통행하게 하고, 다른 국가의 선박에는 통행료를 부과하며 통제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미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 같은 통행료 납부를 기정사실화하고 전용 항로까지 개설했다. 해운 전문 매체 로이드리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이후 걸프만에서 최소 25척의 선박이 기존 항로 대신 케슘섬과 라라크섬 사이의 좁은 통로를 통해 해협을 통과했다. 이곳은 이란의 주요 해군기지가 있는 반다르아바스항이 인접해 이란이 통행료를 걷을 수 있는 톨게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로이드리스트는 “선박들은 서류를 제출하고 통관코드를 얻은 뒤 IRGC의 호위를 받으며 통제된 단일 통로를 통과하도록 요구받고 있다”고 전했다.
통행 액수와 관련해 이란 준관영 통신사 타스님은 “선박당 ‘특별 안보 서비스’ 비용으로 200만달러(약 30억원)를 부과하는 방안과 수에즈·파나마 운하 통행료와 비슷한 수준인 척당 40만달러를 받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이란은 한 해 최대 1000억달러(약 150조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해협 불안정 지속될 수도
해협을 개방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굴복해 형식적으로 해협을 개방하되, 간헐적인 선박 및 드론 공격을 통해 통항을 교란할 가능성도 있다. 비우호 국가 선박에 높은 위험·배송 지연을 부담시켜 세계 물류를 흔드는 방식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첫 번째보다 비관적인 시나리오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물러나면 더 낮은 강도의 도발로도 해협 통행 국가들을 위협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자국의 수출 손실을 감수하고 해협을 완전 폐쇄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경제적 손실이 큰 데다 국제 공조로 다국적 해군작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에 대해 “이란이 더 이상 잃을 게 없을 때 쓸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이란의 통행료 징수 시도는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 유엔 해양법협약 제19조는 ‘자국 영해에서 평화적이고 법을 준수하는 선박의 ‘무해통항’을 허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국 영해를 통과하다는 이유만으로 외국 선박에 요금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공 운하인 수에즈·파나마 운하와 달리 자연적으로 형성된 수역에 통행료를 부과한 사례도 없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중동 담당인 디나 에스판디아리 분석가는 “이란이 전쟁에서 얻은 교훈은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는 것이 생각보다 싸고 쉽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김동현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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