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중국에 유화 메시지
美中 관세전쟁 봉합 촉각
베선트 "빅딜 기회 있다"
韓美 2+2 협상 영향에 주목
日은 내주 2차무역협상 개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 대 강으로 버티는 중국을 상대로 145%까지 치솟은 관세율을 조정할 뜻을 재차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중 관세 인하는 중국의 협상 태도에 달려 있다고 전제한 뒤 관련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2~3주 내 관세율을 임의로 정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관련 논의를 이끄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현재 대중 관세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중국과 '빅딜'을 처음 언급하는 등 고위급 협상 테이블을 완성하기 위해 유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을 마친 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얼마나 일찍 대중 관세율을 내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들(중국)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그는 "90개국이 모두 협상을 원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협상을 할 것이지만 공정한 협의가 될 것이다. 손해를 보는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미국이 관세율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기업이나 국가와 협상을 매듭짓지 못한다면 관세를 정할 수 있다"며 "앞으로 2~3주 동안 우리가 숫자를 정할 것이고, 여기엔 중국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145%까지 상승한 대중 관세율을 거론하며 중국과 직접 협상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렇다. 매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율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인하 시점까지 언급하면서 향후 미·중 간 고위급 협상 자리가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관료들도 중국에 대한 유화적인 입장을 잇달아 내비쳤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대중 관세를 두고 "무역 금수조치(embargo)에 상응하는 것이며, 미·중 간 무역 중단은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루 전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긴장이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한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긴장 완화가 미·중 간 관세율 인하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그는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정부가 대중 관세를 품목에 따라 절반가량 인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논의가 진행된다고 (해도) 놀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호응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8시간 동안 중국에 대한 톤이 훨씬 긍정적인 게 맞느냐'는 물음에 "우리는 중국에 매우 낙관적이며, 특히 다른 모든 국가에 대해서는 더욱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이 협상 테이블로 오기만을 기다릴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이미 협상을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 경제·무역 협상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중국 상무부는 24일 "미국과 협상에 대한 모든 내용이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진정으로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중국에 대한 모든 일방적인 관세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4일로 예정된 트럼프 행정부와의 '2+2' 통상 협의를 위해 이날 미국을 찾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기본적으로 지금 상호관세가 부과된 것을 철폐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대면 관세 협상을 한 미국과 일본은 다음주 2차 협상을 시작할 전망이다.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 측 담당 각료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2차 협상을 위해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관련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과 일정을 조율 중"이라면서도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음주에 2차 협상이 열리면 일본은 미국산 쌀 수입 확대와 자동차 검사 간소화 카드 등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