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겨냥한 中 왕이 "불량배에게 물러서면 더 요구"

4 days ago 4

중국이 관세를 무기로 삼는 미국을 ‘불량배’에 빗대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와 동시에 중국·러시아 주도의 신흥 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 회원국에 다자 무역 질서 수호를 위한 결속을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 장관은 2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미국은 자유무역 혜택을 누려왔으면서 이제는 관세를 무기로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침묵하거나 양보하면 ‘바링저’(霸凌者·불량배)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8년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한 당시에도 미국을 바링저로 지칭했다.

또 왕 장관은 “브릭스 국가는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에 함께 반대하고, 규칙에 근거하고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 무역 체제를 단호히 수호하며, 핵심 가치와 기본원칙을 옹호해 무역 자유화와 편리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장관은 같은 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별도 회담에서 “패권 옹호 세력과 반대 세력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브릭스의 전략적 단결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빠르게 변하는 세계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긴밀한 상호작용을 유지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양국이 모스크바 전승절 80주년 행사와 베이징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행사를 상호 지원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브릭스 외교장관 회의에는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외에 지난해 새로 합류한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등 11개국이 참석했다. 마우루 비에이라 브라질 외교장관은 “다자주의가 사방에서 공격받는 상황에서 브릭스가 이를 수호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7월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선 ‘달러 패권’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에 따르면 브릭스 회원국은 자국 통화 결제 비중을 확대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단일 통화 도입 가능성을 논의 중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원국 간 거래에서 자국 통화 비중을 높일 것”이라며 “단일 통화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브릭스 국가의 탈(脫)달러화 움직임에 대해 “계속 추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