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대못' 박기 … 무역합의 번복때 보복 경고
글로벌관세 10%로 일단 발효
EU "美가 무역합의 위반" 지적
상호관세 무효 대법판결 이어
15% 글로벌관세도 '위법' 소지
일각 "무역적자 발동사유 안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이용하는 국가에 대해 보복성으로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트럼프 대통령의 '15% 글로벌 관세'가 기존 무역합의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어떤 나라든 대법원의 터무니없는 결정으로 '장난을 치려' 한다면, 특히 수년 심지어 수십 년간 미국을 '뜯어먹어온' 곳은, 그들이 최근에 동의했던 것보다 더 높은 관세와, 그보다 더 나쁜 것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합의로 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대미 투자나 미국산 제품 구매를 약속한 국가가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이를 번복하려 할 경우 더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를 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등에 위법 판결을 내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장 무역법 122조에 근거를 둔 '글로벌 관세' 10%를 전 세계 국가에 부과한다고 예고했고, 이튿날 관세율을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관세는 당초 예정됐던 시점인 미 동부시간 기준 24일 0시 1분부터 발효됐다. 다만 관세율은 일단 10%로 시행에 들어갔다. 블룸버그는 백악관이 세율을 15%로 인상하는 공식 명령을 준비 중이라고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EU는 관련 입법 절차를 중단하는 등 불만을 제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U의 통상 업무를 담당하는 EU집행위원회는 유럽의회에 이번 미국의 글로벌 관세 정책이 버터, 플라스틱, 섬유 등 제품 관세를 기존 상한선인 '15%'를 넘어서게 한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미국과 EU는 EU 회원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품에 적용되던 상호관세율을 3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EU는 6000억달러 대미 투자에 나서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글로벌 관세로 인해 일부 품목은 15%보다 높은 관세가 적용돼 합의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에 유럽의회는 23일 무역합의 승인을 보류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성명에서 "현재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며, 우리가 작년 턴베리 합의를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이에 미국과의 무역 관계에서 명확성, 안정성, 법적 확실성이 재확립될 때까지 입법 작업을 보류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신규 글로벌 관세 조치에도 양국 간 무역합의가 여전히 유효한지 미국 측에 답변을 요청한 상태다.
이 가운데 '15% 글로벌 관세'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미국 수입업체들의 줄소송이 예견되고 있다.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인 기타 고피나트 하버드대 교수는 23일 SNS 엑스에 "전직 IMF 직원으로서 말하자면, 미국은 '근본적인 국제 지급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법률상 무역법 122조를 발동하려면 '국제수지' 문제 또는 '근본적인 국제 지급 문제'가 발생해야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적자만을 이유로 122조를 발동해 15%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미국 매체 CNN도 이 조항의 발동 요건이 무역적자가 아닌, 국제수지 적자를 대상으로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 권한에 따라 글로벌 관세를 정당화하려면 완전히 다른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무역확장법 232조를 중장기적인 상호관세 대체수단으로 천명한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새로운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한 신규 관세로 대형 배터리·주철 및 철제 부품·플라스틱 배관·산업용 화학 물질·전력망·통신장비 등 6개 산업 분야를 검토 중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신규 관세 부과 시점은 현재로서는 확실하지 않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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