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원유 수입국에 대해 고강도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자 국제유가가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 경제지표 호조도 유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79달러(1.14%) 오른 배럴당 70.00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고가는 70.51달러로, 6월 말 이후 최고 수준이다. WTI는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10일 이내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구체적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 2차 제재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에 최대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산 원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에도 유사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 대해서는 다음달 1일부터 자국산 수입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러시아산 무기 및 석유 거래에도 별도 제재를 검토 중이다. JP모건은 “중국이 미국 제재에 따를 가능성은 낮지만 인도는 일정 부분 협조 의사를 내비쳤다”며 “이는 러시아산 하루 230만 배럴 규모 원유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기 지표도 유가를 떠받쳤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2분기 GDP는 연율 기준 3.0% 증가해 시장 예상치(2.4%)를 웃돌았다. 소비 회복과 수입 감소가 성장률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원유 재고가 770만 배럴 늘어 1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는 130만 배럴 감소였다. 휘발유 재고는 270만 배럴 줄어들며 예상보다 감소 폭이 컸고, 디젤과 난방유 등 중간유 재고는 360만 배럴 늘어나 시장 전망(30만 배럴 증가)을 크게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 시한과 주말 열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증산 기조 연장 여부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