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정보 및 스파이 기관 중 하나인 국가안보국(NSA)의 국장 티모시(팀) 하우 공군 대장 해임한 것을 두고 여성 극우 선동가 로라 루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국가안보국 국장이자 미군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인 하우 장군을 해임했다. 트럼프는 또 웬디 노블 국가안보국 부국장도 해임했고,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국제기구국장 등 국장 4명 등 적어도 10명을 해임했다고 소식통들이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5일 전했다.
백악관과 국방부는 아직 하우 국장의 해임을 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야당 민주당의 상하원 정보위원회 간사 의원들이 하우 국장의 해임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루머는 엑스(X)에 자신이 트럼프에게 불충하다고 생각하는 관리들의 명단을 줬다고 밝혔다.
루머는 하우 장군이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이 기용한 인사라며 해임을 주장했다. 루머는 밀리 전 합참의장이 반역자라는 입장이다. 그는 또 노블 부국장은 트럼프의 비판자였던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도 문제 삼았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 트럼프와 친한 여성 극우 정치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가 2일 백악관을 방문한 뒤 3일 백악관의 국가안보 기관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속 직원 5~6명이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고, 하우 국장의 해임도 로라 루머의 입김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루머는 지난해 대선 때 존재감을 드러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가로, "이민자들이 개·고양이를 먹는다"는 음모론을 퍼트린 장본인이다. 또 루머는 중국계이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북핵통' 중 하나로 꼽히는 앨릭스 웡 백악관 NSC 부보좌관에 대해서도 팟캐스트 등을 통해 "부인의 부모가 중국 공산당원이다"라는 식의 주장을 최근 펼치고 있다.
로라는 대학생이던 2015년 캠퍼스 청년 공화당 지부 회장 활동을 하면서 반(反)이슬람 메시지와 영상 제작물을 SNS에 올려왔다. 대학 캠퍼스에 ISIS 조직이 침투했고, 일부 이슬람 학생 단체를 지원한다는 음모론을 펼치기도 했다.
2018년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X로 바뀌기 전) 등에서 인종차별성 발언을 쏟아내다 플랫폼에서 추방당하기도 했다. 루머는 "이슬람 이민자 운전자에 돈을 내고 싶지 않다", "이슬람이 만드는 음식이나 배달료로 그들의 삶을 지원할 생각이 없다" 등의 글을 게재하면서 자동차 플랫폼 우버와 리프트뿐만 아니라 음식배달앱에서도 계정이 정지됐다.
트럼프가 2023년 재선 도전을 선언하면서 로라는 캠프에 영입됐다. 당시에도 CNN는 복수의 내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루머를 공식 직책에 고용하는 것에 당 관계자들과 고문들이 격분하며 거부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루머는 선거 캠프에서 공식 직책을 맡지 않고 일부 일정에 게스트로 초대되고 있다"며 "트럼프의 비공식 고문으로 활동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공식 대선후보 일정에서 자주 목격되면서 미국 현지 언론은 물론이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로라는 트럼프 총격 사건 이후 밀접 경호 기준을 뚫고 그의 전용기까지 탑승, 동행하며 두터운 관계를 드러냈다.
로라의 발언 후 해임된 하우 국장이 책임지고 있는 NSA는 CIA 등과 함께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DNI)의 통솔을 받는 미 정보 기관 17개 중 하나다. 암호 해독과 세계 컴퓨터 데이터 등 사이버 안보의 첨병인 NSA는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와 함께 거의 같이 창설되어 같은 메릴렌드주 미드 기지에 본부를 두고 있다.
모든 국가에 있는 안보정책 최고 기구로 미국은 대통령 의장 직 아래 국무장관 및 국방장관이 핵심 위원이다. 백악관(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 이 기구의 사무국장 역을 맡고 있어 NSC 보좌관으로도 불린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