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설득할 방법 알려주더라"…한국 도운 '의외의 인물' [관세협상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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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 사진=AP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 사진=AP

한국 정부 협상단이 30일(현지시간)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할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 노하우를 알려준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바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다. 러트닉 장관은 통상협상에서 상대방을 강하게 압박하는 역할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과의 협상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 지등을 한국 협상단에 직접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한국 정부 협상단은 이날 협상 타결 후 주미대사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김 장관은 "스코틀랜드에 갔을 때 러트닉 장관이 많은 조언을 해줬다"며 "특히 그가 산업과 파이낸싱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았고 이 부분이 (우리의) 전술적인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의 관심사를 듣고 조선업을 중심으로 협상을 밀어붙여야겠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여 본부장 또한 "상무 장관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본격적으로 한국과 미국이 딜을 시작한 시점도 미-일 협상 타결 이후 상무 장관이 연락을 하면서다"며 "그때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협상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에 대비해 많은 준비를 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면담이 성사될지 몰랐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개최한 특파원 간담회에서 불과 약 4시간 전에 백악관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의 달인이라고 느꼈다"면서 이같이 소개했다.

김 장관은 "저희가 모의고사 비슷하게 서로 트럼프 대통령 역할(을 하는) 롤 플레이를 했다"며 "이렇게 물으면 어떻게 답할지 저희 나름대로 굉장히 많은 시나리오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청문회가 끝나자마자 미국 측 협상을 대비해 가로와 세로 각 1m 판넬을 준비했다고 한다. 여기에 한국의 제안과 이에 따라 협상이 타결됐을 때 한국과 미국 측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핵심 내용을 정리했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을 처음 만날 떄 이 자료를 가져갔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한국의 농축산물 시장개방을 방어하기 위해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광화문 집회 사진을 준비했다. 여 본부장은 "협상 기간 내내 농충산물 시장에 대한 추가 개방 압력이 굉장히 강했다"며 "하지만 한국의 농축산물 시장에 대한 민감성을 미국 정부 측이 인지하게 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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